'막판 변수' 국민연금도…조원태 회장 주총 승기 잡았다
조 회장, 국민연금 2.9% 포함해 지분 40.39% 확보
경영권 분쟁 장기전 돌입…3자 연합, 42.13%까지 끌어올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한진그룹 경영권이 달린 한진칼[180640] 주주총회를 하루 앞두고 막판 변수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주며 사실상 조 회장이 주총에서 승기를 잡았다.
소액주주와 다른 기관투자자의 선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양쪽 모두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이번 주총에서의 승부는 이미 난 것으로 보고 '포스트 주총'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해 이번 주총의 '캐스팅보트'를 쥔 것으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 일부 위원의 이견에도 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렸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위원장 오용석)는 이날 제8차 위원회를 개최해 오는 27일 열리는 한진칼 주총에서 사내이사 선임의 안건 중 조원태 회장과 하은용, 김신배 후보에 대해 '찬성' 결정을 내렸다.
이는 앞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다.
기업지배구조원은 지난 13일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보고서에서 "한진칼 이사회는 외부 주주가 요구하는 지배구조와 재무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고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한진칼의 장기적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사회 안이 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해 찬성 투표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3자 연합'의 주주 제안 후보에 대해서는 "주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불투명하고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제안한 후보의 전문성이 특별히 이사회 측 후보보다 더 높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며 '불행사'를 권고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도 조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반해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했으나, 이에 대해 한진그룹이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가 초대회장, 강성부 KCGI 대표가 발기인으로 참여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지난달 한진칼과 KCGI에 공개 토론회를 제안한 점 등을 문제 삼으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연금의 결정으로 27일 한진칼 주총에서의 승부는 조 회장의 승리로 사실상 정해졌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조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 22.45%와 그룹 '백기사' 델타항공의 지분 10.00%, 중립에서 다시 '백기사'로 입장을 선회한 카카오[035720] 1.00%, 대한항공[003490] 자가보험·사우회 3.79%, GS칼텍스 0.25%에 이어 국민연금 2.9%까지 확보하며 총 40.39%를 확보했다.
반면 조 회장에 맞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반도건설의 '3자 연합'은 지난 24일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조 전 부사장(6.49%), KCGI(17.29%), 반도건설(5.00%) 등 28.78%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주총 이후의 장기전에 돌입하게 됐다.
이미 3자 연합은 '포스트 주총'에 대비해 꾸준히 한진칼 지분을 매집하고 있다.
현재 3자 연합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KCGI 18.74%, 반도건설 16.90%,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등 총 42.13%다.
일각에서는 이미 반도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기준인 15%를 넘긴 만큼 주총 이후 지분 매집 규모를 더 늘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아직 한진칼 지분을 더 사 모을 실탄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3자 연합이 최소 45%까지 지분을 끌어올려 향후 임시주총 소집 등을 통해 계속 한진그룹을 견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 회장 측은 그룹 백기사 델타항공이 14.9%까지 지분을 끌어올리기는 했지만 추가 매입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장기전에 대비한 우호 지분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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