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전 이란서 행방불명 FBI 전요원은 어딨나(종합2보)
가족 "이란서 구금중 사망 정보 들어", 이란 "우리도 모른다"
(서울·테헤란=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강훈상 특파원 = 2007년 이란에서 실종된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직 요원 로버트 레빈슨의 생사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에 있는 레빈슨의 가족이 25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우리는 최근 미국 관리들에게서 그가 죽었다는 정보를 들었다. 이를 통해 그들도 우리도 레빈슨이 이란에서 구금 중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레빈슨의 가족은 그의 사망 시점과 경위는 불확실하다면서도 해당 시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기 전이라고 설명했다.
가족은 이어 "미국 정부를 비롯해 레빈슨에게 일어난 일에 책임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몇 주 전에 최고위급 국가안보 관리들이 백악관에서 레빈슨의 가족에게 몇 년 전 그가 사망했다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했다"라고 보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그의 행방은 계속 추적하겠지만 개인적으로 몇 년 전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는 트위터를 통해 "이란 당국은 그의 행방을 모른다는 입장을 유지한다. 그는 이란 수용 시설에 있지 않으며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라고 반박했다.
이란 외무부도 26일 "믿을 만한 증거에 기반해 미국 시민 레빈슨이 몇 년 전 이란을 떠나 알 수 없는 곳으로 갔다"라며 "몇 년간 이란 정부는 그의 행방을 애써 추적했지만 이란을 떠난 뒤 그가 살아있다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가 이란을 떠났다는 사실은 미 국무부도 이미 안다"라며 "그가 정말 죽었다면 미국은 떳떳이 공개하면 될 일이지 이 사건과 그의 가족을 정치에 이용해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이란 언론들은 그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간첩 임무를 수행하다 실종된 FBI 전직 요원'이라고 규정한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레빈슨의 가족이 성명을 낸 직후 모호한 발언으로 혼란을 일으켰다.
그는 "나는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국가안보 관리들)은 내게 레빈슨이 죽었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많은 이가 그렇게(죽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레빈슨은 2007년 3월 9일 이란 남부 키시섬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행방불명됐다.
FBI는 그를 찾으려고 제보 포상금을 초기 100만 달러에서 나중에는 500만 달러(현재 약 61억원)로 올렸고, 미국 정부도 별도로 결정적 제보자에게 2천만 달러(약 245억원)를 주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미국 관리들은 그러나 그가 실종 당시 민간 회사에 고용돼 개인적인 탐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만 밝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역시 그와 거리를 뒀다.
하지만 AP통신은 2013년 그가 CIA의 정보분석 부서를 위해 이란에서 간첩 행위를 했고 그의 가족은 함구하는 대가로 CIA에서 연간 250만 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가 실종 당시 민간업체에 고용된 자연인 신분이었다면 FBI가 그의 소재 제보에 거액의 포상금을 내건 까닭도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대목이다.
그의 가족은 2010년과 2011년 레빈슨의 사진과 영상을 받았지만, 당시에도 그의 소재나 억류 주체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란 정부는 유엔의 관련 질의에 레빈슨 사건에 대한 재판이 혁명재판소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가 즉시 "그가 이란 수용 시설에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사법부가 유엔의 요구에 그의 실종 사건을 조사하고 있으며 여전히 행방불명이다"라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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