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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 신흥국 위기…자본탈출·산업위축에 비명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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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 신흥국 위기…자본탈출·산업위축에 비명 커진다
아르헨·터키·인도·남아공…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급 고통
물가상승·실업에 국가부도 위험까지…일용직 빈민들은 생사기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인도 뉴델리에서 과일을 팔아 생계를 잇는 한 여성은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반 토막 나자 다섯 자녀에게 우유에 물을 섞어 먹인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택시 운전사는 오늘도 손님을 태우기 위해 빈 거리를 헤매고 다닌다. 이 운전사는 손님을 태웠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무섭지만 더 무서운 것은 돈을 내지 못해 택시가 압류당할지 모르는 현실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전세계가 타격을 입었지만 그중에서도 취약한 신흥국들의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며 최빈국 국민들이 처한 실상을 이같이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부국과 빈국을 가리지 않지만 남아시아부터 아프리카, 남미에 이르기까지 경제구조가 외생변수에 취약한 신흥국들은 코로나19로 공중보건 비상상황에 더해 경제 위기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NYT의 분석이다.
신흥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자국 통화가치가 떨어져 해당 국가 국민들은 수입품이나 연료, 식료품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이들 국가의 정부는 이미 채무가 많아 도움이 필요한 계층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
경제연구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신흥시장의 공공 및 민간부채 합계액은 매년 증가해 200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이던 것이 현재 165%까지 껑충 뛰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코로나19는 국제 투자가 신흥국들에서 빠져나가 더 안정적인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유입되는 현상을 가속화하는 매개가 됐다.
최근 두 달 사이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의 자본 순유출액(유출액에서 유입액을 뺀 금액)은 700억 달러(약 86조2천억원)에 이른다.
이 같은 변화는 아르헨티나,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들이 국가 부도에 처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키우고 있다.
외국인 자본이 달아나는 과정에서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외화로 표시된 그 나라의 채무는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르지 라나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본탈출의 속도가 상당히 놀랍다"면서 "취약한 어느 국가든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들 국가의 주력 산업마저 코로나19 여파로 위기에 처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등 관광국가에선 전 세계적인 격리조치로 호텔, 식당, 관광산업 종사자들이 대규모 실업 위기에 놓였다.
칠레, 페루, 콩고민주공화국, 잠비아 등 구리 생산국과 브라질, 인도 등 아연 생산국은 전 세계 산업이 올스톱되면서 수요 급감의 여파를 한몸에 받고 있다.
또한 콜롬비아, 알제리, 모잠비크, 이라크, 나이지리아, 멕시코 등은 원유 수출국은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었다.
미국 경제에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는 이미 경기침체(민생고를 동반하는 일정 기간 GDP의 지속적 감소)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부국도 마찬가지로 격리 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들 정부와 중앙은행은 수조 달러를 시중에 풀면서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나설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의 격리 조치도 신흥국 빈민들은 따르기 어려운 문제다.
가족들이 빈민가에 끼어 살고, 그나마 밖에 나가 쓰레기통을 뒤져 고철이라도 모아야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격리란 실행 불가능한 이야기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게이브리얼 스턴 신흥시장 거시경제 담당 수석연구원은 "남아공 소웨토 같은 곳에서 어떻게 자가 격리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가장 약하고 나이 든 계층의 죽음이 끔찍한 사회적 여파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luc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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