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정부 "모든 유로본드 채무상환 중단"
코로나19로 경제위기 심화 우려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레바논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모든 유로본드(채권)에 대한 상환 중단을 발표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가 보도했다.
레바논 재무부는 이날 "정부가 미국 달러화로 표시된 모든 유로본드에 대한 상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번 조처가 부족한 외환보유고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채권자들과 가능한 한 빨리 협상할 것이라며 이달 27일 투자설명회를 열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달 9일이 만기였던 12억 달러(약 1조5천억원) 규모의 유로본드를 상환하지 못한다며 '모라토리엄'(채무 상환 유예)을 선언했다.
레바논 정부는 국민에게 필요한 밀, 연료, 의약품 등을 수입하려면 당장 채무를 상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레바논의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외 신뢰도가 타격을 받게 됐다.
레바논의 채무는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70%에 해당하는 900억 달러(약 114조원)다.
반면 레바논의 외환보유고는 220억 달러(약 28조원) 수준이다.
지중해 연안의 소국 레바논에서는 지난해 10월 17일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뒤 정국 혼란이 4개월 이상 이어졌다.
1975∼1990년 장기 내전을 거친 레바논은 막대한 국가부채뿐 아니라 실업률, 자국통화 가치의 하락 등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차질을 빚으면서 우려가 커졌다.
레바논 정부는 지난 15일 코로나19와 관련해 '건강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민에게 되도록 집에 머물 것을 요청한 상태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23일까지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256명이고 이들 중 4명이 숨졌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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