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에 세계 차 업계 '비명'…현대차도 실적급감 전망
공장 세운 글로벌 업체들, 사업계획 뒤엎고 정부에 SOS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 -20%…연간 판매 400만대 겨우 넘을듯"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럽과 미국으로 본격 확산하자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비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중국 현지 공장 가동중단과 판매 감소까지는 버티던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자국으로 사태가 번지는 상황을 맞게 되자 두손 두발을 들고 있다.
업체들은 기존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10여년 전 세계 금융위기 악몽이 어른거리는 분위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현대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도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 미·유럽 차 공장 거의 멈춰…IHS "생산 144만대 감소"
22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유럽과 북미 대륙에서는 문 닫은 자동차 공장보다 문을 연 공장을 찾는 게 더 빠른 정도다.
유럽은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시작해 영국, 독일, 체코, 슬로바키아 등 대부분 공장이 멈췄다. 미 대륙도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와 멕시코에 이어 브라질 등 남미까지 예외가 없다. 이제 인도의 타타도 가동중단을 검토하고 있고 터키 업체들도 불안하다.
현대·기아차도 미국과 유럽 공장을 세웠다. 현대차 터키공장과 현대·기아 인도공장도 아슬아슬하다.
생산을 멈추는 데에는 코로나19 예방뿐 아니라 판매 감소 전망과 부품조달 차질 등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이동제한 조치가 나오는 국면에서 자동차 수요 급감은 불가피하다. 아예 영업점을 열 수 없는 지역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르키트는 유럽과 미국의 자동차 공장이 6∼15일 멈추면 생산이 144만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세계 자동차 생산량은 8천900만대였다.
완성차 공장이 멈추면 부품사들도 연쇄 타격을 입는다. 특히나 지금과 같이 갑자기 문을 닫고 언제 다시 열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심각하다. 제품을 선적하던 업체들은 재고를 떠안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 차 업계 판매 급감 우려에 정부 지원요청
올해 세계 자동차 수요 전망치는 속속 하향조정되고 있다. 무디스는 -0.9%에서 -2.5%로 내렸고 LMC오토모티브는 0%에서 -4.3%로 바꿨다. 이 숫자들은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파워)는 미국 판매가 줄어드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우려했다. JD파워는 "이달 9일엔 판매 감소가 예상 수준이었는데 15일엔 36% 적었다"며 3월 판매량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4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는 앞으로 석달간 미 판매 감소율이 9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RBC 캐피털은 포드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적자를 내고 GM은 현금 35억달러를 쓰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정부에 세제혜택과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적용 연기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특히 부품사들의 자금난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직간접 고용인원이 1천만명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에서 대량 해고가 이뤄지면 이로 인해 미국 경기가 더 악화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자동차 업계를 지켜보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유럽 자동차제조협회는 "1천400만명 일자리가 위험한 상황"이라며 유럽 각국과 유럽연합(EU)은 자동차 업계에 즉시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유럽 자동차 판매는 1천430만대로 9.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8년(-7.9%)보다 감소율이 높다.
포드는 기존 실적전망을 아예 취소하고 4월 말에 다시 내놓기로 했다. 주주배당을 연기하고 유동성 15억4천만달러를 끌어왔다.
BMW는 최근 올해 실적이 작년보다 '상당히 낮을 것'이라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코로나19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지금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GM은 실적 전망치를 유지하면서 영업환경 변화에 대응해서 비용구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현대차 이익전망 가파르게 하향…국내 차 산업 비상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표업체인 현대차마저 이익 전망이 뚝뚝 떨어지고 주가는 한때 6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삼성증권 임은영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보다 21% 낮은 6천520억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망 평균치는 한때 1조원이 훌쩍 넘었다. 2분기 영업이익은 7천45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2천377억원) 대비 40% 줄 것으로 관측했다.
올해 생산대수는 441만4천대에서 402만2천대로 8.9% 낮춰 잡았다. 중국은 67만대에서 55만대로 내렸다.
그는 현재 현대차 주가 수준은 세계적으로 신용 위험이 확산하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세계 금융위기 때 자동차 수요는 2007년 7천440만대에서 2009년 6천240만대로 16% 줄었다. 신차 구입시 대출을 이용하는 비중이 큰 미국과 유럽에서는 감소폭이 33%로 더 컸다. 그 과정에 미국 자동차 업계에선 파산이 잇따랐다.
현재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은 정상가동 중이고 울산 등지에서는 근무시간을 60시간으로 늘리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언제 상황이 급변할지 예측불가다.
국내에선 당장 일부 신차가 관심을 받고 2월 생산 부족분을 만회할 필요가 있지만 정부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을 언급하는 시기에는 낙관적으로 전망하긴 어렵다.
현대차그룹은 다음 주부터 재택근무를 축소하고 유연근무제로 대체한다. 코로나 확산 위험을 막으면서 경영위기를 돌파한다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는 판단으로 보인다.
유럽 시장을 개척해서 도약해 보려던 쌍용차는 앞이 막막해 보인다. 르노삼성차는 XM3 수출물량 확보가, 한국GM은 트레일블레이저 수출물량 유지가 이슈다.
영세한 부품업체들은 생존이 문제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부품업체들은 3월 가동률이 전월보단 개선됐는데도 2차 협력업체는 60~70% 수준이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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