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법적 걸림돌 넘고 연임에 한발짝 다가서
남은 도전은 주총 승인…국민연금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선임 반대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금융당국 중징계 제재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됨에 따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연임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20일 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의 책임을 물어 '문책 경고'를 내린 결정을 취소하기 위해 손 회장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감원의 문책 경고 효력은 본안 사건의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된다.
이는 손 회장이 오는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주 회장으로서 연임할 수 있는 '장애물'이 제거됐음을 의미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받은 손 회장은 향후 3년간 금융회사에 취업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었다.
이제 차기 회장 취임 도전 과제로는 주총 승인만 남겨두게 됐다.
이와 관련,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손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선임 반대 의견도 이어졌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반대 의견을 낸 데 이어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반대를 권고했다.
특히 ISS는 외국 기관투자자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ISS의 반대는 손 회장으로서는 부담스럽다.
우리금융은 외국인 지분이 30% 가까이 된다. 국민연금은 우리금융 지분을 8.82% 보유하고 있다.
주총에서 실질적으로 손 회장의 연임안이 부결되기는 쉽지 않지만 반대표가 많이 나오면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본안 소송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인용 결정으로 금융당국은 체면을 구기게 됐다.
본안 소송에서 징계의 적법성을 두고 다퉈 볼 여지가 있다고 법원이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자리를 지키면서 당국 결정에 불복한 첫 사례가 나온 셈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의 중징계 결정은 해당 CEO의 사퇴로 이어졌다.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이 당국 징계 결정에 불복해 법적 소송에 나섰으나 당시는 CEO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었다.
이번 사태는 금융당국이 법적 근거가 미약한 상황에서 중징계 결정을 내리려고 할 때부터 예견된 결과로도 볼 수 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을 들어 징계 결정이 정당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가 발의한 해당 법 개정안은 임원 제재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내렸는데 CEO가 자진 사임하지 않고 법적 소송을 벌인 것은 그만큼 금융당국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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