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코로나19 '통제 성공' 평가 속 '대확산 가능성' 우려도
13억 인구에도 감염자 적은 편…인도 정부, 초기부터 강력 방역
통계 신빙성 의문 지적도…"의료 인프라 열악해 확산시 재앙"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13억5천만명의 인구 대국으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편인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비교적 잘 막아 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외국인 입국을 공격적으로 차단하는 등 방역 조치 덕분에 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숨은 확진자'가 어느 순간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와 대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도 교차된다.
15일 인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까지 공식 집계된 현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07명이다.
이탈리아, 이란, 스페인 등에서 최근 날마다 수백명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인도 확진자 가운데 사망자도 2명에 불과하다. 확진자는 대부분 외국인 또는 외국에서 돌아온 인도인으로 지역 내 감염도 매우 적은 편이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14일 코로나19 확산 이후 항공편 도착 승객 123만명을 모니터링했고,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도 격리하거나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도는 중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나온 지 엿새 만인 지난 1월 17일부터 발 빠르게 공항에서 발열 검사를 시작했다. 국내 수요를 위해 N95 마스크 수출도 일찌감치 막아뒀다.
2월 초 중국, 이달 초 한국, 일본, 이탈리아, 이란에 이어 지난 13일부터는 외국인의 입국을 아예 사실상 막았다. 외교, 고용 등 일부를 제외한 모든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는 등 다소 과하다고 할 정도의 조치를 도입한 것이다.
현지 일부 언론은 인도 정부의 이같은 적극적인 조치 덕분에 인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인도가 지난 몇 년간 소아마비, 지카 바이러스, 페스트, 돼지독감 등 여러 전염병을 겪으며 방역 대처 능력을 향상시켰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통계 수치에 대한 불신과 회의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우선 코로나19 검사 수가 넓은 국토와 인구에 비해 지나치게 적어 통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힌두스탄타임스는 14일까지 6천500건의 검사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27만건에 육박하는 한국은 물론 대만, 일본, 프랑스 등보다도 훨씬 적은 수치다.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지역 사회에서 이미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아시시 자 하버드대 국제보건연구소장은 AFP통신에 "인도 내 감염자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도는 큰 나라로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매우 밀착해 생활한다"며 "인도가 어떻게 팬데믹을 불가사의하게 빠져나갔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근 뉴델리 시내 등 인도 상황을 살펴보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늘기는 했지만 아직도 대부분은 마스크 없이 외출하고 있다.
열악한 위생과 생활환경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빈곤층도 수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여러 면에서 인도는 전염병의 천국"이라고 지적했다.
방역과 관련한 미신이 인도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현실도 방역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의 아삼주 의원인 수만 하리프리아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예 소오줌과 소똥을 이용하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도 힌두교도 상당수는 암소를 신성시한 나머지 소에서 나온 모든 것들이 신성하며 치유 능력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 힌두교 집단은 14일 뉴델리에서 코로나19를 물리치기 위해 '소오줌 마시기 행사'를 열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이날 행사에는 200여명의 힌두교도가 참석했으며 이들은 컵에 소오줌을 나눠 마셨다.
행사에 참석한 옴 프라카시는 "우리는 21년간 소오줌을 마셔왔고 소똥에서 목욕도 했다"며 우리에게 서양 약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열악한 의료 인프라와 생활 여건, 의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인도에서 대규모 코로나19 확산이 발생할 경우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BBC방송은 "인도가 아직 패닉에 빠질 이유는 없다"며 "하지만 인도는 방심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하루 최고 20도 중후반까지 오른 인도의 높은 기온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역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고온다습한 싱가포르나 방콕, 현재 여름을 보내고 있는 남반구 호주 등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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