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아베정권 역학변화…'한국입국제한' 기타무라 입김↑"
"기타무라, 한중 비자 정지 제안"…이마이보좌관과 강경론 주도해
스가 관방장관 역할 감소…초중고 일제 휴교 결정 과정서 배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핵심부의 역학 구도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입지를 확대한 아베 총리 측근이 사실상의 입국 금지 등 한국에 대한 강경 조치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베 총리가 정치 판단을 내릴 때 의지하는 것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이 아닌 이마이 다카야(今井尙哉) 총리보좌관과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이라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기존에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스기타 가즈히로(杉田和博) 관방부(副)장관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대규모 재해 등 위기 상황에서 일본 정부 각 기관을 통괄해 총리관저 중심의 대응을 주도했는데 요즘에는 이들의 존재감이 확 줄었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이 전한 뒷얘기를 보면 아베 총리가 지난달 27일 전국 초중고교에 대한 일제 휴교 요청을 발표하기 전 논의 과정에서 이런 역할 변화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아베 총리가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에게 이 휴교에 관해 의견을 물을 때 이마이 보좌관은 동석했으나 스가 관방장관은 이 자리에 없었다.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이 휴업 보상이나 보호자에 대한 배려 등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밝히자 아베 총리와 이마이 보좌관은 '뒷일은 책임진다. 맡겨주면 좋겠다'고 반응했다.
약 5시간 후 열린 정부 대책본부 회의에서 하기우다 문부과학상이 휴교 기간을 2주 정도로 하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아베 총리는 '3월 2일부터 봄방학 때까지' 휴교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학교별로 차이가 있으나 이는 2주∼1달에 이르는 기간이다.
사전에 이를 파악하지 못한 문부과학성은 대응하느라 허둥댔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4일 전문가 회의가 앞으로 '1∼2주가 고비'라는 의견을 낸 것을 보고 더 대담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으며 휴교의 과학적 근거에 관해 전문가에게 자문하지 않고 이마이 보좌관에게 검토를 맡겼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스가 관방장관이 위기 대응에서 배제되다시피 한 것은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대응에 대한 비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대응이 원활하지 않았고 지난달 25일 발표한 각종 행사 자제 요청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아베 총리는 상명하달식의 의사 결정으로 전환하면서 이마이와 기타무라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 퇴임 후 후계 구도를 놓고 아베 총리와 스가 관방장관 사이의 이견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아베 총리는 후계자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는데 스가 관방장관은 기시다 정조회장이 '선거 때 (당의) 얼굴이 되지 않는다'고 혹평하는 상황이다.
내년 가을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스가 관방장관이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을 추대하고 아베 총리와 갈라서는 것이 아니냐고 관측하는 각료 경험자도 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작년 4월에 일본의 새 연호 '레이와'(令和)를 발표하면서 인지도가 상승해 갑자기 '포스트 아베' 주자로 부상한 스가 관방장관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나 아베 총리에 비판적인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자민당 간사장과 밀착한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아베 총리가 그리 반기지 않았다고 자민당 간부는 평가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최근에는 측근 문제로도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상황이다.
측근인 이즈미 히로토(和泉洋人) 총리보좌관이 외국 출장 때 오쓰보 히로코(大坪寬子) 심의관과 호텔 객실 내부가 연결된 '커넥팅 룸'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아베 총리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스가 관방장관과 가까운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전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전 법상(법무장관)은 작년에 개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낙마하기도 했다.
정권 내 영향력이 커진 이마이 보좌관과 기타무라 국장은 한국에 대한 강경책으로 기울어 외교 갈등을 야기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5일 발표한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 등은 이마이 보좌관과 기타무라 국장이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타무라 국장은 입국 거부를 사실상 한국과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도록 이미 발급한 비자의 효력을 정지하고 입국 후 2주일 동안 지정 시설에 검역법에 따라 '정류'(停留)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요미우리는 밝혔다.
정류시설 운영에 인력과 예산을 뺏기게 된 후생노동성이 '내각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력하게 반발한 결과 아베 총리가 정류 대신 입국자가 자택이나 호텔 등에서 2주간 머무르도록 하는 방안을 선택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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