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내전국 코로나19 환자 '0'…숨은 폭탄 되나
확진자 발표 없어도 인근 국가 국경 차단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각국에서 지난달 하순께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환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확진자가 아직 보고되지 않은 곳이 있다.
시리아, 예멘 등 2곳이다. 북아프리카 지역까지 넓히면 13일 현재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집계 기준 리비아의 확진자도 아직 0명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내전 중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보건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에 철저하게 대비한다고 자신하지만 곳곳에서 여전히 전투가 벌어지고 장기 내전에 보건 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이 구급 약품조차 부족한 현실 여건을 고려하면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심지어 예멘은 유엔이 공인한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망명한 처지고, 리비아는 사실상 정부 기능을 하는 조직이 2곳으로 분리됐다.
예멘 북부와 중부를 장악한 반군 후티는 WHO에 가입하지도 않아 감염 현황을 보고하지도 않는다.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은 자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 관련한 물품이나 약품을 반군에 지원할 여력이 없다.
인도적 지원이라고는 하지만 서방에서 친이란 예멘 반군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의약품과 진단 장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곳이 없다.
시리아는 정부가 영토의 대부분을 통제하지만 북부와 동부는 아직 터키군, 반군, 여러 무장조직의 영역이다.
중앙 정부의 강력한 방역과 일관되고 신속한 대처가 필요한 전염병 정책이 실행되기 어려운 처지일 수밖에 없다.
2015년 3월 내전이 본격화한 예멘에서는 2016년 말부터 콜레라가 창궐해 올해 2월까지 130만여명이 감염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만 13세 이하 어린이였다.
예멘 내 콜레라 확산과 관련해 WHO가 가장 최근에 낸 보고서(2018년 7월)를 보면 감염 의심자는 112만명, 사망자는 2천310명으로 집계됐다.
이미 뎅기열, 말라리아, 계절성 독감 등 전염병도 예멘에서 전파됐다.
시리아 도처에 형성된 난민촌 역시 집단 발병 우려가 크다.
시리아 북서부의 아자즈 지역에서 일하는 소아과 의사 오마르 함무드 씨는 지난 11일 로이터통신에 "바이러스가 난민촌에 퍼지면 통제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라며 "난민촌은 텐트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인구밀도가 과밀한 탓에 '거리두기'를 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시리아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파키스탄 남동부 신드주(州)의 주지사는 13일 현지 언론에 "우리 주에서 확인된 확진자 14명 가운데 8명이 카타르 도하에서 입국했는데 그들이 도하에 오기 전 시리아와 이라크를 여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환자가 공식적으로 없는 시리아와 인접한 중동 국가가 잇따라 교류를 일시 중단했다.
레바논은 11일 시리아를 여행·입국 금지국으로 지정하고 시리아에서 귀국하는 자국민은 4일간 격리·관찰한다. 항공편뿐 아니라 시리아로 통하는 육상 출입국 검문소도 일시 폐쇄했다.
요르단도 10일 시리아발 여행객의 입국을 일시 금지했다.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도 시리아와 인적 교류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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