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계 금융위기로 번진다면 이탈리아서 시작"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세계 금융위기로 이어진다면 그 시작은 이탈리아가 될 수 있다고 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탈리아는 세계 8번째 경제 대국이지만 이탈리아 은행들은 오래전부터 유럽 금융기관 중 최약체로 평가된 만큼 가장 약한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2월 중순 이후 미국이나 독일의 대출 비용은 줄었지만, 이탈리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기존의 갑절 수준으로 높아졌고 국채 수익률도 상승세를 보였다.
현지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 주가는 한 달 새 39%나 내렸다.
이탈리아 정부가 전국에 이동제한령을 내린 데 따른 경제 활동 공백으로 기업과 가계의 대출 상환이 차질을 빚어 은행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금융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은행권은 이탈리아 국채 발행 물량(2조4천억 달러·약 2천925조원)의 4분의 1가량을 갖고 있어 정부 재정이 파탄 나면 함께 쓰러지는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료 출신인 아쇼카 모디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탈리아가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올라가면서 향후 수개월 안에 외채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IMF는 프랑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벨기에 등 상당수 국가의 은행들이 이탈리아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이 부실 수준으로 강등되면 "전 세계에 상당한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주요국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높아진 만큼 코로나19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는 아직 많지 않다.
또 현재까지 이탈리아의 국제시장 자금조달 비용은 역사적으로 볼 때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컵 키르케고르 연구원은 같은 이탈리아 은행이라도 유니크레디트 등 대형은행들은 충분히 견실하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에선 현지 시간 12일 오후 6시까지 1만2천462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827명이 사망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최초 발생지인 중국 다음으로 큰 피해다.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지난 9일 이동제한령을 전국으로 확대한 데 이어 경기 부양과 방역에 250억 유로(약 34조원)의 긴급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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