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국왕,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서 "과거 폭력 사과"
"역사 지울 수 없어…많은 네덜란드인 인니에 깊은 유대감"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이 10일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과거 네덜란드인들이 저지른 폭력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알렉산더르 왕은 이날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의) 독립선언 후 분리 과정에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이전에 발표한 대로 당시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로부터 과도한 폭력을 당한 데 유감과 사과를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의 역사는 지울 수 없고, 다음 세대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며 "식민시대 희생자 가족들의 상처와 슬픔이 지금까지 남아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공동 기자회견은 보고르 대통령궁에서 열렸다.
알렉산더르 왕은 "이번 방문이 한때 반목했던 나라들이 상호 존중과 신뢰, 우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이자 신호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네덜란드의 많은 사람이 인도네시아에 깊은 유대감을 느낀다"며 "네덜란드 유학에 관심 있는 인도네시아인 젊은이가 늘어나는 것도 만족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고 CNN인도네시아 등이 보도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역사를 지울 수는 없지만,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다"며 "우리는 동등한 관계, 상호 존중과 이익을 구축하자는 의지를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340년간 네덜란드의 식민지배를 받은 인도네시아는 일본이 1942년 점령했다가 1945년 물러가자, 재점령하려는 네덜란드와 4년간 독립투쟁을 벌였다.
당시 네덜란드군은 독립운동을 저지하고 지도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
가령, 1947년 인도네시아 서부자바 라와게데 마을 주민 430여명(네덜란드 주장 150명)을 학살했다.
2011년 네덜란드 정부는 라와게데 학살 사건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고, 유족들에게 피해자 1인당 2만 유로씩 배상금을 지불하기로 했다.
2013년에는 네덜란드군이 1946∼1947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서 주민 4만여명(네덜란드 주장 5천명)을 즉결처형한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소송을 제기한 유족 10명에게 배상금을 지급했다.
2013년 11월 당시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마르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 후 양국 간 협력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했다.
알렉산더르 국왕 부부는 나흘간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위해 전날 대규모 경제 사절단과 함께 도착했다.
이들은 11일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 보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중앙 칼리만탄주 팔랑카라야를 방문할 예정이다.
9일 팔랑카라야의 스방아우 강에서 국왕 부부가 방문할 장소를 사전 답사하던 보트 두 척이 서로 충돌해 7명이 숨지고 20여명이 구조됐다.
사고 보트에는 공원 경비대, 대통령 경호원, 군인 등이 타고 있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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