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안맞는 트럼프 행정부…"한달새 14번 서로 딴말"
WP 비판…트럼프 "4월 더위에 사라져" vs CDC국장 "올해 넘길수도"
펜스 "검사 불충분" 말한 다음날 트럼프 "누구나 검사"
CNN 여론조사서 트럼프 대처 '부정적' 더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처음엔, 따뜻한 날씨가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었다. 확진자 수가 곧 '0'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 인사들이 지난 한달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최소 14차례나 모순된 언급을 해왔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로나19가 미국 내에서도 확산 추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을 필두로 미 행정부가 이를 과소평가해왔다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한 달간 코로나19에서 비롯된 건강·경제·정치적으로 잠재된 결과를 억누르려 노력함에 따라 행정부 관리들이 이 질병과 싸우기 위한 노력에 대한 서로의 메시지를 지속해서 약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선별적으로 제시한 사실과 거짓 진술로 위협을 무시하려 했고, 관리들은 인터뷰 등으로 대통령을 띄우는 데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WP가 제시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모순 발언'은 지난달 10일 "많은 사람이 (코로나바이러스가) 4월에 더위와 함께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는 언급이다.
이 발언 사흘 후 로버트 레드필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CNN과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는 아마도 올해를 넘겨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에 대한 행정부의 대응을 언급하면서 미국인들은 "이것을 독감과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일주일 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앤서니 파우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의회에서 코로나19 사망률이 독감보다 "몇 배"나 높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신의 "직감"에 토대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밝힌 코로나19 사망률은 "잘못된 수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19 백신도 예상보다 빨리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파우치 연구소장은 최소 1년간은 잠재적 백신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최근 3M 공장을 찾아 "미국은 현재 예상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만에 "검사를 원하는 누구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고 상반된 언급을 했다.
그러나 알렉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사나 공중보건 관계자의 처방이 없으면 검사를 받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인들이 여름휴가 계획을 걱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 시기가 되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고, "(확진자) 15명이 며칠 내에 '0'으로 내려갈 때 그것은 꽤 잘한 일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CDC의 앤 슈챗 수석부국장은 같은 자리에서 더 많은 확진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로부터 2주도 안 지나 미국 내 확진자는 600명을 넘어섰다고 WP는 전했다.
한편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한 조사(4∼7일, 1천211명 대상, 표본오차 ±3.3%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처에 48%가 '부정적', 41%가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에 대한 전반적인 지지율은 작년 12월의 긍정 43%, 부정 53%와 같았다.
응답자 49%가 연방정부가 코로나19 대처를 '잘하고 있다', 43%는 '잘못하고 있다'고 각각 답했다. 미 행정부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응답자는 57%에 달했다.
코로나19 발병국 국민의 미 입국과 관련, 정부가 증상자를 걸러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입국시켜야 한다는 응답자는 65%로 다수를 차지했다. 하지만 발병국 국민의 입국을 차단해야 한다는 응답도 31%였다.
honeyb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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