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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하락으로 러시아 루블화 폭락…중앙은행 외화매입 중단(종합)
산유국 감산 합의 실패·코로나19 국제 원유·금융시장에 충격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협상 실패로 인한 국제 금융 시장의 충격이 러시아로도 번지고 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9일 오전(모스크바 시간) 국제외환시장(Forex)에서 러시아 통화 루블화의 달러 대비 환율은 73.47루블, 유로화 대비 환율은 83.77루블까지 치솟았다.
달러 대비 루블화 환율이 73루블을 넘은 건 지난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며, 유로 대비 루블화 환율이 83루블을 넘은 것도 2016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루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75루블, 유로당 85루블을 넘어서기도 했다.
러시아 내 외환시장은 '여성의 날' 연휴로 이날 폐장해 10일 재개장할 예정이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실패 소식이 전해진 뒤인 지난 7일 저녁 모스크바 외환시장에서 달러는 68루블, 유로는 77루블 수준에 거래됐다. 그 전엔 달러당 65~66루블 수준을 유지했었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경우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80루블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한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러시아 기업들의 주가도 추락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티'의 주가는 22.5%,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의 주가는 15.4% 떨어졌고, 러시아 최대 민영 가스회사 '노바텍'과 민영 석유회사 '루코일'의 주가는 각각 11.1%와 17.3% 내려 앉았다.
러시아 최대 철강기업 '세베르스탈' 주가는 7%, 거대 식품유통업체 'X5 Retail Group'의 주가는 14% 하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비상대책으로 국내시장에서 향후 30일 동안 외화 매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이 조치는 국제원유시장의 급격한 변동 상황에서 통화당국 조치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금융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안정성 유지를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예산 정책 차원에서 재무부의 의뢰로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을 경우 그에 따른 추가 소득분의 달러를 매입해 왔다.
러시아의 2020년도 예산에는 기본 시나리오로 배럴당 42.4달러(러시아 우랄산 원유 가격)의 유가가 책정돼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일 자국 대형 석유·가스회사 대표들과 면담하면서 국제 원유시장 상황이 지난 2008년 위기 이후 최악이라면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한 바 있다.
안톤 실루아노프 재무장관은 그러나 그동안 누적된 국부펀드 덕분에 배럴당 30달러의 유가에서도 향후 4년 동안 정부가 예산을 집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이날도 현재 국부펀드 누적 자금은 유가가 배럴당 25~30달러까지 떨어지더라도 향후 6~10년간 재정 운영을 가능하게 할 정도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OPEC 10개 주요 산유국은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추가 감산을 논의했지만, 러시아의 반대로 합의에 실패했다.
러시아는 감산이 원유 가격을 올려 상대적으로 채굴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석유의 시장 진입을 돕는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원유 공식판매가격을 대폭 낮추고 산유량을 현재 하루 970만 배럴에서 1천만 배럴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감산 합의 무산과 사우디의 공세적인 증산 방침에 9일 오전 7시께(한국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5월물 가격은 배럴당 31.5% 낮은 31.02달러까지 떨어졌다.
2016년 2월 12일 이후 최저 수준이고, 하루 장중 낙폭으로는 걸프전 때의 1991년 1월 17일 이후 최대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이날 오후 1시 28분께 배럴당 27.34달러까지 떨어져 34%의 낙폭을 보였다.
이날 오후 우랄산 원유 가격도 25% 추락해 배럴당 33.92달러를 기록했다.
감산 합의 무산 외에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도 석유 수요 감소를 불러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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