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감염위험·고용불안…코로나19에 아시아 여성 눈물 쏟는다
BBC "위기 속 성불평등 심화"…한국 개학연기로 직장맘 고통
현장진료 인력 70% 여성…소비부진은 저임금여성 일자리 직격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아시아 여성은 상대적으로 더 큰 고초를 겪는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런던 현지시간) 보도했다.
BBC는 "위기는 항상 성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유엔 전문가의 발언과 함께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아시아 여성의 모습을 소개했다.
우선 코로나19 유행으로 학교가 일제히 문을 닫으면서 어머니의 육아 부담이 가중됐다며, 한국의 '워킹맘' 성소영 씨의 사례가 제시됐다.
한국은 여느 아시아국가와 마찬가지로 육아와 가사 부담의 여성 쏠림이 심한 나라여서 개학 연기 조처가 여성들에게 큰 압박이며, 일부 어머니들은 우울감을 호소한다고 BBC는 전했다.
성씨는 "솔직히 말해, 집에서는 집중이 안 돼서 사무실에 나가고 싶다"며, "하지만 남편이 가장이고 휴가를 낼 수가 없다"고 털어놨다.
봉쇄령과 자가 격리가 광범위하게 시행된 중국에서는 코로나19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정폭력을 호소하는 여성이 증가하는 양상이다.
활동가들이 심각한 가정폭력 사건을 인지하더라도 엄격한 봉쇄·격리 방침 탓에 피해자 보호대책을 강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중국 허난성의 여성 활동가 샤오리는 "피해자를 빼내는 허가를 받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엄청난 설득 노력 끝에 겨우 공안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 자가 격리 중 벌어진 가정폭력 고발이 이어지고 있고, 가정폭력을 방관하지 말자는 움직임도 전개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코로나19와 싸우는 최전선에서도 여성의 땀과 눈물이 가득하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의료와 복지 노동력의 70%가 여성이다. 간호 인력의 여성 쏠림은 아시아권에서 더욱 심한 편이다.
코로나19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기는 남녀가 마찬가지이지만, 여성은 생리 등 생리적 이유로 방호복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것이 더 큰 고역일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진료 현장의 여성을 지원하고자 여성 위생용품 기증 캠페인이 벌어졌다.
더욱이 중국은 코로나19 진료 현장에서 피땀 흘리는 여성 간호 인력을 '성자'나 '전사' 이미지로 포장하며 선전에도 집중적으로 동원했다. 간호사들을 모아 '눈물의 삭발 영상'을 만들어 유포한 것이 대표적이다.
아시아권 가사도우미들은 늘어난 노동량과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
홍콩에서 일하는 가사도우미는 40만명가량인데, 이들은 대부분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출신 여성이다.
일부 고용주들은 가사도우미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면서도, 마스크를 제공하지 않는다. 사재기 탓에 마스크 값은 이주 노동자들이 살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올랐다.
비영리단체 홍콩이주노동자지원단의 신시아 아브돈-텔레즈 대표는 "우리가 마스크를 지원하기도 하지만 너무 비싸다"며, "어떤 가사도우미는 고용주로부터 받은 마스크를 일주일씩 사용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주민이 아니더라도 여성은 소비 침체와 경제활동 위축에는 여성들이 더 취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비스업이나 판매업의 저임금 직종에 여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런던 SOAS대학의 크리스티나 마그스 교수는 "여러 업종에서 남녀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받겠지만, 여성 저임금 일자리가 주로 접객, 판매, 서비스업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 소비 부진에 의해 더 큰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