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법 개정 무산에 KT 케이뱅크 최대주주 불가능해져(종합)
자본확충도 '비상'…KT 자회사 통한 유상증자 등 방안 저울질
인터넷은행 3인방과 기존 은행권 간 금융혁신 경쟁 가속화 기대에 찬물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이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사실상 KT가 케이뱅크의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없게 됐다.
케이뱅크는 자본 확충 대안 마련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지난해 말 재수 끝에 예비인가를 얻은 제3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가 합류하면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인방과 기존 은행들 간 금융 혁신 경쟁이 가속할 것이라는 기대도 약화할 전망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부결했다.
개정안은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 위반(벌금형 이상) 전력을 제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케이뱅크를 주도하고 있는 KT[030200]가 인터넷전문은행법 제정을 계기로 지난해 3월 최대 주주로 올라서려고 했으나 이 규정에 막혀 좌절된 바 있다.
KT가 공정거래법상 담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돼 해당 조항에 저촉될 가능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KT에 대한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적격성 심사를 무기한 중단했기 때문이다.
아직 1심도 시작이 안 된 상황에서 3심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이 무죄가 나오기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KT가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것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줄곧 논란이 돼 왔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 자체가 은산분리(은행과 산업 분리) 정신을 훼손했는데 공정거래법 '범죄 전력자'에게 은행을 내맡길 것이냐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민주통합의원모임 채이배 의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는 정보기술(IT)기업들인데, IT기업들은 독과점, 담합, 조세포탈, 횡령배임, 사기 등의 규제 위반 가능성이 있으니 이런 불법을 저질러도 봐주자는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케이뱅크는 전날 우여곡절 끝에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함에 따라 KT를 중심으로 주주사들이 유상증자하는 방안을 재추진하려 했다. 지난해 계획했던 5천9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방안의 재판이다.
하지만 이날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KT 중심의 유상증자 방안은 불가능해졌다.
대안은 새로운 주주사를 찾거나 KT의 자회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케이뱅크는 2018년 유상증자에 난항을 겪자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새 주주사로 영입해 약 470억원의 자본을 수혈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 대부분이 토스를 중심으로 한 제3 인터넷은행에 참여해 새 주주사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케이뱅크의 주도권을 쥔 KT가 최대 주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3자가 선뜻 나서기도 쉽지 않다.
사실상 대안은 자회사를 통한 증자다. 한국투자증권이라는 전례도 있다.
카카오뱅크의 기존 최대 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새로운 최대 주주인 카카오[035720]에 지분을 넘기는 과정에서 잔여 지분 상당수를 당초 한국투자증권에 주려고 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한투지주로부터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받을 수가 없었다.
한투지주가 장고 끝에 찾은 수는 인터넷은행법에 저촉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의 자회사인 한투밸류자산운용에 해당 지분을 양도하는 방안이었다.
케이뱅크는 이른 시일 내에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경영상의 위기에 봉착한다.지난해 6월 이후 주요 대출상품의 판매가 중단된 상태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주주사와 협의해 증자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와 예비인가를 얻은 후발주자 토스뱅크로선 케이뱅크가 멈춰선 동안
입지를 다지거나 만들어낼 기회를 얻은 셈이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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