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충격 중국서 '인프라 부양' 기대감
전문가들 과감한 '新인프라 투자' 촉구…"가장 간단한 경기대응"
7개 성급 지방정부만 벌써 600조원 투자 계획 밝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올해 중국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올해 과감한 인프라 시설 투자에 나서 경기 안정화를 도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유명 전문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공개 건의를 내놓으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저명 경제학자인 헝다(恒大)연구원의 런쩌핑(任澤平) 원장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과감한 '신(新) 인프라' 투자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런 원장은 "질병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에 대처하는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 방법은 여전히 인프라 건설"이라며 "인프라 건설은 짧은 시간에 수요 확대, 안정적 성장, 고용 안정, 경쟁력 제고, 민생 개선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런 원장은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당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현재 돌이켜보면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한 거대한 잠재력을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효과적 투자를 위해서는 과거의 길을 답습하는 대신 '신 인프라'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철도, 도로 등 전통적인 전통적 인프라 시설 외에도 5세대 이동통신(5G),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교육, 의료 등 새로운 분야로 투자 범위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경제 매체 제일재경(第一財經)은 3일 "코로나19 충격 및 경제 둔화 압력 속에서 새로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부단히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6.0%가량에서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추정치를 기존의 6.0%에서 5.6%로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4%대로 밀릴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중국 안팎에서는 여러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공격적인 부양책을 내놓아야만 당면한 경제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적극적인 경기 대응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중추 기구인 정치국은 지난달 회의에서 현재 취하고 있는 적극적 재정 정책 기조를 더욱 강화하고 온건한 화폐 정책은 더욱 융통성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예산, 재정 적자율, 국채와 지방채 발행 규모 등 중국의 올해 경제 청사진이 공개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가 코로나19로 연기된 가운데서도 일부 지방정부는 이미 상당히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속속 공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윈난성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올해만 4천400억 위안 규모의 중점 프로젝트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밖에도 허난성, 푸젠성, 쓰촨성, 충칭직할시, 산시(陝西)성, 허베이성 등 총 7개 성급 지방정부가 밝힌 올해 주요 프로젝트 투자 계획액만 3조5천억 위안(약 600조원)에 달한다.
시장도 이런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2일 중국 증시에서는 시멘트, 철강 등 인프라 테마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냈다.
중국 당·정은 2020년이 '전면적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사회' 건설의 마지막 해라는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 최소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과거 2020년 국내총생산(GDP)이 2010년의 배가 되도록 하는 것을 '샤오캉 사회 완성'의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중국은 올해 최소 5.6%의 경제성장률 달성을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간 중국에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 지도부도 다음 세대에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는 부채를 활용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이런 중국에서 다시 정부가 초대형 인프라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은 그만큼 당면한 경제적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마음이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과거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고자 4조위안대의 초대형 부양책을 펼쳤지만 인위적인 경기 부양은 지방정부 부채 급증, 부실기업 양산,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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