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보트 향해 총질까지…터키 난민 유럽행 방관에 긴장 고조
터키발 이주민들 때리고 경고사격한 그리스 해안경비대
유럽에 난민사태 우려 증폭…그리스 장관 "이건 침공이다" 항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이주민 문제'를 두고 터키와 그리스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그리스 해안 경비대가 터키발 이주민보트를 향해 총격을 가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 등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터키 정부는 검은색 복장의 그리스 해안 경비대원들이 이주민들이 탄 보트 인근 해상에 총을 쏘고 막대기로 이들을 가격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2발의 총성과 이주민들의 비명이 고스란히 들리는 이 영상은 터키 남서부 보드룸 인근 바다에서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이 영상은 조회 수가 수십만 회에 이른다.
다만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영상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고 텔레그레프는 전했다.
이런 일은 터키의 국경 개방으로 인해 수많은 이주민이 유럽으로 몰리며 일대에 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지난달 27일 터키가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을 막지 않겠다고 선언하자 1만 명 이상의 난민이 그리스 북동쪽 국경으로 몰려들었다.
2015∼2016년 시리아 내전 등으로 100만명이 넘는 난민이 유럽으로 밀려들자, 터키는 이들을 수용하는 대가로 60억 유로(약 7조9천800억원)를 지원받는 내용의 난민협정을 유럽연합(EU)과 체결했다.
하지만 이후 유럽 국가들이 적절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해오다, 급기야 유럽 쪽 국경을 난민들에게 개방하기에 이르렀다.
육로 외에 해상으로 그리스 진입을 시도하는 이주민 수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텔레그레프에 따르면 지난 1∼2일 에게해 섬에 도착한 이주민은 약 1천300명에 달한다.
이에 그리스는 국경 인근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하는 등 거칠게 대응하며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달 29일 이후 월경을 막은 이주민 수가 총 2만4천403명에 이른다고 이날 밝혔다.
EU로서는 밀려드는 이주자 행렬 때문에 2015년 난민사태가 재발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아도니스 요르기아디스 그리스 개발부 장관은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이주민의 대이동을 두고 '침입'이라며 항변했다.
이런 혼란 가운데 이날 터키 영해와 가까운 그리스 레스보스섬 인근에서 이주민 보트가 뒤집혀 어린이 1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앞서 한 시리아 난민이 그리스 국경경비대로부터 고무탄을 맞고 사망했다는 소식도 전해졌으나, 그리스는 이를 '가짜뉴스'라며 부인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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