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총선 후 중동정세는…요르단강 서안 둘러싼 충돌 우려
'차기 총리 경쟁' 네타냐후와 간츠 모두 팔레스타인에 강경 입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긴장 속 아랍계 유권자들 투표율에 관심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이스라엘에서 2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이 앞으로 중동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대표적인 군사 강국이고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 국가들과 영토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충돌해왔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집권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타냐후(70) 총리가 계속 집권하거나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60) 대표가 새로 지휘봉을 잡을 전망이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 대표 중 누가 차기 총리가 되더라도 이스라엘의 중동 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인 민족주의 성향의 보수 강경파 지도자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93년 이른바 오슬로 평화협정을 체결했을 때 강력히 반대했다.
또 2005년에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유대인 정착촌을 철수한 데 반발해 재무장관에서 사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안보 및 영토 문제에서 강경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1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에 편향된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을 때 네타냐후 총리도 자리를 함께했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는 총선에서 승리하면 미국의 동의를 거쳐 요르단강 서안을 이스라엘에 합병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계기로 점령한 지역이며 유엔 등 국제사회는 대부분 이 지역의 유대인 정착촌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현재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요르단강 서안에는 팔레스타인인 약 290만명이 살고 있으며 이곳의 유대인 정착촌에는 이스라엘인이 약 60만명이 거주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의 합병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아랍권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라이벌인 간츠 대표도 팔레스타인 분쟁에서 강경한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간츠 대표는 2011∼2015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을 지낸 군인 출신이고 2018년 말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자신의 강점으로 안보를 내세웠다.
AP통신은 간츠 대표가 이끄는 청백당이 이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대한 대응에서 리쿠드당과 마찬가지로 강경하고 팔레스타인과 협상에서는 좀 더 개방적이라고 평가했다.
간츠 대표는 작년 총선에서는 민감한 대외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지만, 올해 들어 달라졌다.
그는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을 이행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월 21일 요르단강 서안의 요르단계곡에 이스라엘 주권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간츠 대표가 보수층 유권자들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에 아랍계 정당들은 간츠 대표가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반대하지 않으면 차기 총리 후보로 지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요르단강 서안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스라엘 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아랍계 유권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는 총선에서 약 14석을 확보해 3위를 할 것으로 예상됐다.
아랍계 정당들은 미국의 중동평화구상에 대한 반발로 아랍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 9월 이스라엘 총선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의 투표율은 59.2%였다.
아랍계 유권자들이 투표를 많이 하면 네타냐후 총리 연임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외신은 보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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