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징서 한인 30여명 아파트 진입 거부돼…中주민들 막아
자가격리도 못 해 일단 호텔로…야간에 호텔서 쫓겨나기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중국에서 한국인을 향한 경계심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중국 난징에서 현지 주민들이 집단으로 한국에서 돌아온 우리 국민들의 아파트 진입을 막는 일이 벌어졌다.
28일 상하이 주재 한국총영사관과 교민들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인천에서 출발해 난징에 도착한 우리 국민 30여명이 난징 시내의 아파트로 이동했지만 정문 앞에서 가로막혔다.
이들은 아시아나 OZ349편을 타고 난징에 도착했다.
이 비행기가 난징에 도착하고 나서 한 중국인 승객이 자신에게 인후통이 있다고 얘기해 주변 승객 34명이 격리됐다.
격리되지 않은 나머지 한국인 승객들은 각자 난징 시내의 자택에 가 당국의 지침대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해당 아파트 주민위원회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들어 한국인 주민들이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결국 이 아파트에 살던 한국인 30여명은 한참을 정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인근 호텔로 옮겨 밤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난징에 사업장을 둔 LG그룹 계열사 관계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난징에는 LG화학 배터리 공장과 LG디스플레이 공장 등이 있다.
LG계열사의 중국 측 고객사들은 중국 정부의 지침에 따라 조속히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 우리 측 기업에 조속히 관련 인원을 보낼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중국 출장을 다들 꺼리는 분위기였지만 중국 측 고객사가 워낙 강하게 요구해 어렵게 출장을 온 것인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최근 난징 공항에서 곧바로 격리된 이들 중 상당수는 LG계열사 직원 및 LG계열사의 협력사 관계자들이다.
우리 외교 당국은 난징시 당국에 주민들의 자의적인 불법 진입 금지 조치를 즉각 해결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지만 현지 정부는 주민들의 집단 민원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상하이(上海)를 비롯해 쑤저우(蘇州) 등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한국에서 돌아온 우리 국민이 자기 집 진입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총영사관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식 지침과 달리 해당 아파트 주민들이 한국인 진입을 막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개별 사례마다 최대한 관여해 자의적인 진입 금지 조치를 중단하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난징의 호텔에 체류 중이던 한국인들이 불시에 쫓겨나는 일도 벌어졌다.
중국 고객사의 강력한 요구로 난징에 출장 온 한 한국 업체 관계자들은 27일 밤 갑자기 찾아온 공안의 요구로 투숙 중이던 호텔에서 나와야 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난징 내 여러 호텔이 한국인 투숙을 받지 않고 있어 원래 있던 호텔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온 동료들이 새 숙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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