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봉쇄 바이러스 차단 효과 의문…伊확진자 과대평가 가능성"
현지 전문가 언론 인터뷰…"전문기관서 인정한 확진자는 190여명"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이사회 내 이탈리아 대표인 월터 리치아르디는 27일(현지시간) 발행된 현지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각 주(州) 보건당국이 집계한 확진자 수치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밤 기준으로 이탈리아 각 주(州) 보건당국을 통해 집계된 전국의 확진자 수는 456명(사망자 12명 포함)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서 보건 분야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는 최종 확진자 수를 190여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리치아르디는 전했다.
이처럼 확진자 수치에 차이가 나는 것은 일선 의료기관에서의 검사 키트 사용 방식이나 검사 대상 범위 등의 상이함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 바이러스 사태의 주무 부처인 이탈리아 보건부 자문관이자 전 ISS 소장인 리차아르디는 아울러 확진자 수가 부풀려질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공포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국경 폐쇄나 직항노선 운항 중단 등 조처의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경 또는 이동 통제는 단지 바이러스 유입을 늦추는 효과만 있을 뿐 원천적으로 막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유럽 대륙 전체가 국경을 봉쇄하기로 결정했다면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실행 불가능한 조처"라고 단언했다.
그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달 말 중국인 관광객 2명이 최초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이탈리아 정부가 중국 본토 등을 오가는 직항노선 운항을 중단한 것은 큰 의미가 없는 조처였다는 의견을 내놨다.
리치아르디는 이탈리아에서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진 배경에 대해선 '병원이 감염 클러스터가 된 불운'을 꼽았다.
건강이 취약하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롬바르디아주 코도뇨의 한 병원이 사실상 바이러스 확산의 거점이 되면서 통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파됐다는 설명이다.
보건당국은 38세 남성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지난 19일 코도뇨 병원에 들어와 의료진과 여러 환자들에게 대거 바이러스를 전파한 게 롬바르디아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한 시발점으로 본다.
현지 언론에서 '1번 환자'로 불리는 이 남성은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남성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이른바 '0번 환자'는 현재도 그 소재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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