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류에 떠다니는 암세포 내부 정보, 금 나노입자로 가로챈다"
암세포 DNA 조각 등 담긴 '세포외 소포' 추적 성공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진,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암세포는 '세포외 소포(EVs : extracellular vesicles)라는 나노 입자를 분비해 인체의 면역체계를 억제하고 주변 세포를 조작한다. 끊임없이 EVs를 분비하는 건 건강한 정상 세포도 마찬가지다.
미세한 거품 형태인 EVs는, 세포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DNA나 단백질 등을 세포들 사이에 실어나른다. 세포와 세포 사이의 정보 교환은 EVs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혈액에 들어 있는 암세포 유래 EVs를 실시간으로 포착해, 암의 진행 정도와 치료 반응 등을 알아내는 나노 검진 기술을, 호주 퀸즐랜드대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퀸즐랜드대에 개설된 '호주 생명공학 나노기술 연구소(AIBN)'의 왕 징 교수팀은 관련 논문을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26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EVs는 차세대 혈액 생물지표가 될 가능성으로 과학자들의 관심을 모은다.
왕 교수팀은 '올리비아 뉴턴 존 암 연구소(ONJCRI)'의 종양학자들과 함께 흑색종 환자 23명의 혈액 샘플에 시험해, 암세포 유래 EVs의 존재를 확인하고, 치료 약 투여 전후에 EVs가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혈액에는 건강한 세포에서 분비된 EVs가 더 많은데, 암세포 EVs와 구분하는 게 매우 어렵다.
연구팀은 암세포 EVs만 포착하는 걸 돕는 전기 활성 나노유체 칩과 특별한 형태의 금 나노입자를 결합해 사용했다.
이 금 나노입자는, 암세포 EVs의 표면 분자와 결합하는 항체에 달라붙는 성질을 가졌고, 레이저 빛과 충돌하면 독특한 신호를 내보낸다고 한다.
왕 교수는 "암세포 EVs의 지문(특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내면, 적용한 치료법이 잘 듣는지 아니면 내성을 일으키는지를 신속히 판단할 수 있다"라면서 "이 기술은 어떤 암 치료법을 써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준다"라고 말했다.
AIBN의 매트 트라우 교수팀은 앞서, 순환 종양 세포(CTCs)와 암세포 특유의 DNA 조각을 탐지하는 데 금 나노입자가 유용하다는 걸 입증했다.
이번에 암세포 EVs까지 추적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향후 이 검진 기술이 현재의 고비용 암 영상 진단술을 대체하게 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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