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코로나19 대응 비판' SNS 폐쇄…'표현의 자유' 억압하나
SCMP "중국 당국 대응 비판한 지식인 SNS 잇따라 폐쇄"
우한대 교수 "경고 울릴 자유 주어졌다면 큰 위기 막았을 것"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지식인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중국 당국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려 하고 있다"면서"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당국의 대응을 비판해온 지식인들의 위챗(微信·웨이신) 계정을 잇따라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위챗은 중국 최대 정보통신(IT) 기업인 텐센트(騰迅·텅쉰) 그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운데 하나다.
SCMP에 따르면 우한(武漢)대 친첸훙(법학) 교수의 위챗 계정은 지난 25일부터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우한대는 코로나19의 진앙인 후베이(湖北)성 성도 우한시에 위치한 명문대학이다.
친 교수는 자신의 위챗 계정 폐쇄에 대해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위챗에 올린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친 교수는 위챗에 올린 글을 통해 우한시에 대한 봉쇄 조치를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우한 시민의 희생을 찬양한 관영 매체의 보도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SCMP에 "대중은 할 말이 많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게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전염병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친 교수는 "만일 사람들에게 사회의 경고를 울릴 자유가 주어지고, 정부가 그것(경고)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했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큰 위기로 발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의 확산 위험에 경종을 울린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을 계기로 언론 자유를 요구하는 지식인들의 움직임이 이어지자 관련 지식인들을 체포하는가 하면 온라인상에서도 '지식인 옥죄기'를 가속하고 있다.
리원량은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았으며, 이후 환자 치료 도중 코로나19에 감염돼 최근 사망했다.
베이징(北京)대 허웨이팡(賀衛方) 교수도 지난 17일 위챗에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비판하면서 언론 자유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으나, 그의 글은 곧바로 삭제되고 위챗 계정도 폐쇄됐다.
그는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직접 손으로 글을 써 위챗을 통해 공유한 글에서 "(코로나19 발병의) 무거운 대가가, 중국 당국으로 하여금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국민은 고통 속에서 살게 된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대 동료인 장취안판 교수도 허웨이팡 교수의 글을 자신의 위챗 계정에 올렸다가 계정을 폐쇄당했다.
그는 "위챗 계정의 폐쇄는 표현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앞서 텐센트 그룹의 오피니언 블로그인 '다자'(大家)가 지난 19일 갑자기 폐쇄됐다.
다자의 폐쇄에 대해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비판하는 여론을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의 사이버 감독기관인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중국의 주요 SNS 관련 기업에 감독기관을 설치해 감독과 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CAC가 감독기관을 설치한 기업은 웨이보(微博) 모기업인 시나(新浪),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 위챗의 모기업인 텐센트 등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도 지난 3일 공산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간부들은 온라인 매체를 철저히 통제하고 여론을 이끌어 신종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중국 당국은 불리한 정보를 걸러내고, 민감한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강력한 인터넷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를 중국의 만리장성(The Great Wall)에 빗대어 '만리 방화벽'이라고 부른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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