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밍고, 성희롱 의혹 사과…"상처받은 여성들에 죄송"(종합)
미 오페라노조 조사 결과 나오자 성명 발표…피해자 "골리앗 이긴 기분"
도밍고 "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누구도 그런 식으로 느껴서는 안 돼"
(서울=연합뉴스) 옥철 현혜란 기자 =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79)가 25일(현지시간) 자신을 성희롱 의혹을 폭로한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I am truly sorry)며 사과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도밍고는 그가 여성 가수들에게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미국 오페라 노조(AGMA)의 조사 결과가 나온 후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몇 달 간 동료들이 제기한 의혹을 반성하는 시간을 보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피해) 여성들이 마침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편안함을 느꼈다는 점을 존중한다"며 "그들에게 내가 야기한 상처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도밍고는 그러면서 "이번 경험으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내가 했던 모든 행동에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도밍고는 그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부인해오다가 이날 입장을 완전히 뒤집었는데, 과거 성추행·폭행을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민낯을 드러낸 가해자가 직접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AP는 평가했다.
도밍고는 지난해 8월 처음 폭로가 나왔을 때 모든 관계가 상대방과 합의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그다음 달 AP가 성추행 의혹을 추가로 폭로하자 여러 측면에서 사실과 다른,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8월부터 무려 30명이 넘는 성악가, 무용수, 음악가, 가창교사, 무대 뒤 스태프 등이 지난 30여년간 스페인 출신 테너 거장인 도밍고가 저지른 부적절한 행위를 경험하거나 목도했다고 고발했다.
도밍고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소프라노 루스 델 알바 루비오는 도밍고가 직접 사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며 마치 골리앗과 싸움에서 이긴 기분이라는 소회를 밝혔다.
루비오는 자신이 20대였던 1999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도밍고를 처음 만났으며, 당시 미국 워싱턴 국립오페라 예술감독이던 도밍고가 캐스팅을 무기 삼아 자신을 수차례 추행했다고 폭로했다.
하루는 도밍고가 공연 결과물을 모니터링해주겠다며 루비오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입을 맞추려 했고, 루비오가 거부하자 도밍고가 약속한 워싱턴 국립오페라단에서의 역할을 다시는 맡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메조소프라노 패트리샤 울프와 성악가 앤젤라 터너 윌슨은 공동 명의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악계에서 앞으로는 성희롱과 성폭행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이뤄진 미국 오페라 노조의 도밍고 성추행 의혹 조사는 전직 연방검사 출신 변호사가 맡아 했다.
미국 전역의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홀 종사자를 대변하는 오페라 노조는 전날 도밍고 성희롱 고발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노조 측은 도밍고가 여가수 등에게 추파를 던지며 희롱하는 것에서부터 음악 작업장 안팎에서 성적으로 치근덕거리는 등 여러 형태의 성희롱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도밍고는 성명에서 이제야 그 여성들의 공포를 이해하게 됐다면서 "내 의도는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누구도 그런 식으로 느껴서는 안 된다. 누구도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오페라 산업의 긍정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데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오페라 노조는 보고서 전체를 공개하는 것을 꺼린 채 집행이사회 차원에서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앨리샤 쿡 노조 대변인은 도밍고에 대해 어떤 조처가 고려되는지는 함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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