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재선가도 빨간불?…시험대 오르는 트럼프 리더십
앞에선 "사라질 문제" 낙관하면서도 뒤에선 재선가도 방해될까 전전긍긍
에볼라 예산 포함된 긴급예산 요청에 민주당 "너무 늦고 너무 적어" 맹폭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 논란에 불을 댕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가 사라질 문제고 잘 관리되고 있다면서 불안감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코로나19가 재선가도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위기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에 대해 "사라질 문제라고 본다"면서 "아주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고 그 정도가 유지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국제경제를 심각하게 해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드러냈다고 CNN은 전했다. 낙관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식으로 미국 사회 안팎과 시장을 거듭 안심시키려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에서 떨어진 곳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침착함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사안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 일부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코로나19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증가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이런 분위기가 반영돼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는 재선 전략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 속에 전날 다우지수가 1천 포인트 이상 빠지고 세계경제 성장률까지 타격을 입을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강한 경제'를 발판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전략에 자칫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NN방송은 코로나19가 유럽과 중동까지 확산하는 상황에서 팬데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미국도 감염의 파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트럼프 대통령은 리더십의 시험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직 발생한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견지해온 접근방식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러한 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전날 의회에 25억 달러(약 3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미국 보건당국도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미국의 지역사회 내에서 코로나19가 퍼져나갈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경고했는데 이를 두고 중국을 여행한 개인의 격리 및 코로나19의 미국 전파 방지에 초점을 맞춰온 그간의 기조에서 변화가 감지되는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맹비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이 보건 위기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한 어떤 계획도 없이 정부가 지난밤 긴급예산 요청을 해왔다"면서 "너무 적고 너무 늦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의회에 에볼라 대응을 위해 편성된 자금의 재배치를 요청해왔는데 이 사람에게 돈을 빼앗아 저 사람에게 갚는 꼴"이라면서 "이 정부가 코로나19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또다른 증거"라고 강조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도 성명을 통해 상황의 긴급성에 비해 너무 늦고 완전히 부적절한 요청이라고 깎아내렸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