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회식, 근로시간서 제외' 법적 근거있나?
홍남기 "회식은 근로시간 非적용"…정부 가이드라인에 명시
현행법 "근로자가 사용자의 감독하에 대기하는 시간 등은 근로시간"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어…업무관련 회식 중 사고는 '산재' 인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회식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이 논란을 불렀다.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인식이 만연한 실태를 외면한 발언이라는 지적과 함께 '주 52시간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의견이 교차한다.
홍 부총리는 19일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사기 진작, 조직 결속 강화를 위한 저녁 회식은 주52시간 근로시간 적용대상이 아니므로 이를 통해 자영업·외식업의 어려움을 덜어 드리는 데 힘을 보태 달라"고 말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사태로 위축된 소비활동을 활성화하자는 차원의 발언으로 보인다. 또 지난 13일 대통령과 경제계의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내수 진작을 위해 저녁 회식을 주 52시간 근무에서 예외로 해 달라"고 건의한 데 대한 답변으로도 파악된다.
홍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법적 근거에 입각한 것일까?
일단 정부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기 전인 2018년 6월 가이드라인을 통해 회식은 근로시간이 아니라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근로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 및 사례' 자료는 회식에 대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노무 제공과는 관련 없이 사업장 내 구성원의 사기 진작, 조직의 결속 및 친목 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임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또 회사가 회식 참석을 강제한 경우에도 '그러한 요소만으로는 회식을 근로계약 상의 노무제공의 일환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며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는 있을까?
근로기준법에는 회식 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조문이 없다. 대신 법 50조에 '작업을 위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했다. 이 규정에 따르면 회식의 경우 업무 관련성 등 '실질'을 따져 근로시간 산입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지순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수석부회장(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2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객사 접대나 팀 회의와 같은 업무의 연장이라고 볼 수 있는 회식과 단순한 친교 차원의 회식은 구분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별로 회식의 실질적 성격을 따져야 근로시간인지 여부를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업무의 연장'으로서의 회식인지 여부를 가를 기준을 제공하는 법원 판례는 있을까?
대법원을 통해 확인한 결과 회식과 근로시간의 관계를 판단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회식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고, 그에 따라 추가 임금을 달라'는 취지의 소송으로 대법원 판례가 나온 적이 없었던 것이다.
대신 회식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지에 대해서는 판례들이 있다.
대법원은 회사의 업무총괄 이사가 거래처 담당자를 만나 업무협의와 접대를 위한 회식을 하던 중 넘어져 머리를 다쳤거나, 군인이 회식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건에서 모두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업무와 관련이 있는 회식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론 회식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지 여부를 오직 업무 관련성만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업무와 관련이 있는 회식이라고 해도 이를 근로계약상 노무 제공 행위로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는 법원이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법원 측 설명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업무 관련성이 있는 회식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고 해서 업무 관련성 있는 모든 회식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업무 관련성이 있더라도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법원이 구체적으로 다시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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