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코로나19는 '중국판 체르노빌'…中지도부 최악상황"
"불투명한 시스템·무능한 위기관리로 악화한 체르노빌과 유사"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 내 비상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위기가 '중국판 체르노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14일 SCMP에 따르면 1986년 구소련(현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는 불투명한 시스템과 무능한 위기관리 때문에 상황이 더욱 악화했는데, 지금 중국의 상황이 그때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다리 양 교수는 "명백히 엄청난 위기"라면서 "대응 실패 시 중국 체제, 특히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비난이 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중국 정부가 프로파간다를 통해 이번 사태를 중국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만들려고 하지만, 모두를 납득시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향후 몇 년간 바이러스와 싸워야 하는 만큼, 체르노빌 정도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홍콩 반중시위 등에 대해 외국 정부의 방해 공작이라고 탓하며 모면하려 해왔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전했다.
미국 덴버대 정치학과 자오쑤이성(趙穗生) 교수는 "무역전쟁 때는 중국인 다수가 정부를 지지했지만, 현재 주류 여론은 정부를 일방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면서 "1989년 톈안먼(天安門) 시위 이후 이런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금은 1989년 이후 중국 지도부가 맞이한 최악의 상황이라는 게 SCMP 평가다.
자오 교수는 "시 주석이 집권하고 있는 중국 정치제제에서 권력 집중과 불투명성, 이념에 대한 강조가 심해지면서, 이러한 위기에 대응할 사회적 능력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2012년 시 주석 집권 후 반대 목소리를 무자비하게 침묵시키고 온라인상의 의견 표출도 탄압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악화하자 중국에서는 이례적으로 질병 상황을 신속히 공개되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질병에 대해 처음으로 알렸다가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렸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이후 환자 치료 중 이 병에 걸려 숨지자 슬픔과 분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민심이 들끓자 중국 정부도 뒤늦게 국가감찰위원회 조사팀을 보내 조사에 나섰고, 장차오량(蔣超良) 후베이성 당서기와 마궈창(馬國强) 우한시 당서기가 물러나는 등 지방 관리에 대한 문책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시 주석은 질병 확산 초기 대중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중 질병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武漢)을 방문한 것은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유일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 주석은 뒤늦게 베이징(北京)의 병원을 방문하고 '인민전쟁'을 강조하는 등 총력전을 지시하는 모습이다.
미국 외교협회 중국전문가인 엘리자베스 이코노미는 시 주석이 대중의 분노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방정부·보건당국 관리들과 리 총리 등을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어질수록 시간은 시 주석의 편이 아닐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중국 사회 내에서 시진핑 지도부의 신뢰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봤다.
다만 중국 지식인 사회에서는 리원량의 죽음을 계기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표출되고 있지만, 미국 외교협회의 이코노미는 표현의 자유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오 교수도 "중국 정부의 정통성 위기는 아니다"라면서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지 않는 한, 경제가 공산당 정통성의 핵심 기둥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정치학자인 천다오인(陳道銀)은 "중국문화에서는 지방 관리를 탓하지만 '황제'를 탓하지는 않는다"면서 "중국 공산당 내에서 아직 시 주석에게 맞설 용기와 능력을 갖춘 이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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