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전 독재자 알-바시르 ICC 재판받나…수단, 신병인계 시사
알-바시르, 다르푸르 학살 관련 전쟁범죄 혐의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의 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76) 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 법정에 서게 될지 주목된다.
수단 과도정부와 반군단체들은 11일(현지시간) 다르푸르 학살 범죄와 관련해 알-바시르의 신병을 ICC에 넘기기로 합의했다고 AP,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수단 과도정부의 최고 통치기구인 주권위원회 위원인 무함마드 하산 알-타이시는 이날 "ICC에 기소된 이들은 거기(ICC)로 가야만 한다"며 주권위원회가 수단 서부 다르푸르 내 반군단체들과 이 점에 대해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산 알-타이시는 알-바시르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외신은 그를 겨냥한 언급으로 해석했다.
알-바시르의 변호사는 이날 ICC를 '정치 법원'이라며 ICC 재판을 거부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알-바시르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ICC에 의해 수배된 상태다.
ICC는 2009년과 2010년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한 전쟁범죄 등의 혐의로 바시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다르푸르 내전은 2003년 다르푸르 지역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기독교계 흑인 반군들과 정부의 무력충돌에서 시작했다.
국제인권단체들은 아랍계가 지배한 바시르 정권이 다르푸르 지역에서 초토화 작전을 벌여 강간, 살해, 약탈 등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말한다.
2010년 수단 정부와 반군은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유엔에 따르면 다르푸르 내전으로 30만명이 숨지고 피란민 250만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알-바시르는 이런 혐의를 부인해왔다.
수단을 30년 동안 철권으로 통치한 알-바시르는 2018년 12월부터 거센 반정부 시위에 직면한 뒤 작년 4월 11일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수감된 알-바시르는 시위대 살해, 돈세탁, 불법 외화 보유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작년 12월 수단 검찰은 알-바시르를 비롯한 전 정권 인사들을 상대로 다르푸르 내전과 관련한 범죄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수단 정부는 알-바시르의 신병을 ICC에 넘기는데 소극적이었지만 기류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작년 4월 알-바시르가 체포되자 ICC는 수단 군부가 그의 신병을 넘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당시 수단 과도군사위원회는 알-바시르가 국내에서 재판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가 그를 (ICC에) 넘긴다면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라고 거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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