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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선상감옥' 된 日크루즈선…환자이송 구급차 사이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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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선상감옥' 된 日크루즈선…환자이송 구급차 사이렌 요란
피로한 모습의 승객들 선상 산책…'약품 부족' 펼침막 눈길
일본 내외신 100명가량 취재 경쟁…부두엔 잿빛 분위기 감돌아

(요코하마=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생의 보물이 될 추억을 당신에게. 어서 오세요! 프린세스 크루즈로!"
일본을 대표하는 여행사인 JTB가 11만5천875t급 대형 여객선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를 표지 사진으로 올려 지난해 발행한 크루즈 여행 상품 안내책자에 실린 문구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요코하마 오산바시(大さん橋) 국제여객선 터미널을 출항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탑승한 사람들에게는 '일생의 보물이 될 추억'이 아닌 '악몽'이 기다리고 있었다.
요코하마 다이코쿠(大黑)부두가 현재 그 악몽이 펼쳐지는 현장이다.



유람선이 요코하마항에 들어와 접안하는 곳은 원래 도심에 인접한 오산바시 국제여객선 터미널이다.
하지만 일본 당국은 신종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가 일어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대해선 승선자 중에서 감염자나 중환자가 생겨 육지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할 때만 다이코쿠부두에 대도록 하고 있다.
다이코쿠 부두가 도심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감염 확산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조치다.
11일 정오쯤 이 부두에 정박해 있는 육중한 유람선 주변에서는 사이렌을 울려대는 구급차 행렬이 한층 긴박감을 느끼게 했다.
한 일본인 기자는 "오늘 오전에만 20여차례 구급차가 드나든 것 같다"고 말해 승선자 중 적지 않은 사람이 의료기관으로 이송됐음을 짐작게 했다.
선상에는 피로한 모습의 승객들이 데크를 산책하는 듯한 모습만 간간이 보였다.
배 앞쪽에는 '약품 부족'이라는 문구를 적은 일장기 형태의 펼침막이 붙어 있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부두 주변에는 일본 언론과 외국 미디어 취재진 100명가량이 진을 친 채 선내 방송이 나올 때마다 무슨 내용인지를 확인하느라 귀를 기울였다.
바다에 떠다니는 호텔처럼 웅장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는 애초 출항했던 요코하마항 쪽으로 지난 3일 들어오면서 사실상 거대한 '선상 감옥'으로 바뀌었다.
요코하마에서 이 유람선에 탑승했던 홍콩 거주 80세 남자가 지난 1일 전염성이 강한 신종코로나 감염자로 확인되자 일본 정부가 승선자 전원을 상대로 해상격리 방식의 검역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요코하마에 들어올 때 이 유람선에 타고 있던 사람은 56개 국가와 지역의 승객 2천666명과 승무원 1천45명 등 총 3천711명이었다.
승객의 경우 절반가량(1천281명)이 일본인이고 나머지는 다른 나라 사람이다.
한국인 승선자도 승객 9명과 승무원 5명 등 14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정부는 해상격리 조치에 대해 자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불가피 조치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5일 1차 검사에서 10명의 감염자가 확인된 이후 매일 추가 감염자가 쏟아지면서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0일 한꺼번에 승객 6명과 승무원 5명 등 65명의 확진자가 나오면서 선내 감염자 수는 총 135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일본 당국은 건강 상태가 나빠진 승선자들을 중심으로 추가 검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검역 체제를 가동해 감염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본 당국은 일단 감염원으로 지목된 홍콩인을 제외한 1차 감염자 10명이 무더기로 확인된 지난 5일을 기점으로 14일 후인 오는 19일 해상격리 조치를 푼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다.
하지만 신종코로나 양성 반응자 비율이 급등해 승선자 전원의 검사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기 때문에 실제 격리 기간은 더 연장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 후생 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10일까지 총 439명이 검사를 받았고, 이 중 135명이 양성 반응을 보여 전체 양성 반응 비율은 30.8%였다.
그러나 10일에만 확인된 감염자 65명은 103명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양성 반응 비율이 63.1%로 치솟았다.
이는 밀폐된 환경의 선내에서 2, 3차 감염이 광범위하게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승선자 입장에서 보면 일본 정부가 선택한 방역 대책이 언제 감염될지 모르는 우려 속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일본 정부는 승선자 전원 검사 문제를 둘러싸고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승선자들은 물론 승선자의 무사 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의 걱정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에도 꽤 알려진 일본 가요인 '블루라이트 요코하마'가 상징하는 것처럼 요코하마는 도쿄만(灣)을 품은 푸른빛의 도시다.
날벼락처럼 신종코로나 확산 회오리에 휩싸인 요코하마는 싱그럽다는 인상을 주던 푸른빛의 도시 이미지 대신 잿빛 분위기가 감도는 듯 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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