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신종코로나 내수 충격 최소화할 민관의 지혜 짜낼 때다
(서울=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로 일상생활까지 움츠러들면서 관광과 외식, 숙박, 유통 등 국내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확진자가 한 번 다녀갔다는 이유로 대형 백화점이 문을 닫는가 하면 손님으로 북적이던 음식점이나 술집, 전통시장을 찾는 발길마저도 뚝 끊겼다.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면서 아예 임시 휴업하는 업소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로의 공연시설이나 영화관 등 평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라면 어느 곳 할 것 없이 가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는 기피 심리가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신종코로나처럼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이 나돌 때는 자신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지나친 공포가 평범한 일상생활까지 묶는다면 그러잖아도 불안한 실물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잊으면 안 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회원사 250곳을 대상으로 신종코로나 피해 현황을 조사했더니 3곳 가운데 1곳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제조업체는 원자재나 부품수급 차질로 피해를 봤고, 서비스 업체는 내방객 감소로 매출이 줄어드는 피해가 가장 컸다. 외식 자제로 삼겹살 소비가 줄면서 양돈 농가가 타격을 받고, 무나 대파값이 30% 이상 떨어지는 일도 벌어졌다.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는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면서 그야말로 내수가 꽁꽁 얼어붙었다. 이달 들어 이곳 호텔과 렌터카의 예약이 80∼90% 취소됐다. 특정 기간이라고는 하나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을 최저 3천원으로 내린 저가 항공사도 나왔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싶기도 하지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신종코로나가 6월까지 계속되면 제주도 연간 관광 매출이 20% 이상 줄 것이라는 제주 관광 관계자의 말이 단순한 엄살이 아닐 것 같다. 제조업 분야의 생산과 수출 차질도 문제지만, 일상생활 위축에 따른 내수 위기가 더 걱정이다. 생산과 수출은 부품 조달이 정상화하고 가동률을 높이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일상생활에서 한 번 사라진 내수는 여간해선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코로나 확산과 관련 우리 사회가 충분히 관리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히 확인된 것 같다며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경제활동과 소비 활동을 평소대로 해도 되겠다고 했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신종코로나 공포에 따른 실물경제 위축이 더는 심화하면 안 되겠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돌아보고 좀 더 차분해질 필요는 분명해졌다. 정세균 총리가 11일 국무회의에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과도한 불안감에 따른 경제위축 가능성에 경계심을 보인 것도 그 연장 선상이다. 며칠 새 확진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고 방역체계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게 사실이다. 확진 전에 환자 한 명이 다녀갔다고 국내 최대 백화점이 휴업하는 것은 고객을 배려하는 차원을 넘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신종코로나 사태가 감염증 문제를 넘어 경제 쇼크로 치달으면 그 또한 우리가 모두 감당해야 할 부담이다. 이번 신종코로나는 전파력이 강한 편이지만 치명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개개인이 안전수칙만 제대로 지키면 크게 걱정할 것 없다는 것이 방역 당국과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다. 감염자 가운데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하는 사람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개인별 예방 노력을 철저히 하되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나 점차 생활 리듬을 찾아갈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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