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 군경 대동하고 의회 들어간 엘살바도르 대통령
군경 장비 확충 위한 차입 계획 놓고 대통령·의회 갈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치안 강화를 위한 자금 조달 방안의 의회 승인을 촉구하며 무장한 군인·경찰과 함께 의회로 들어갔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과 자동 화기로 무장한 군경이 전날 한때 수도 산살바도르의 의회를 점거했다고 보도했다.
의회에 무장 군경이 들어온 것은 1991년 엘살바도르 내전 종식 이후 처음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군인과 경찰이 의회를 둘러싼 가운데 부켈레 대통령은 의장석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부켈레 대통령과 의회의 갈등은 정부의 차입 계획을 둘러싸고 불거졌다.
지난해 6월 취임한 38세 젊은 대통령 부켈레는 엘살바도르의 심각한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군경이 더 나은 장비를 갖춰야 한다며 1억900만달러(약 1천294억원)의 차입 계획을 승인해 달라고 의회에 요구했다.
의회가 미온적이자 그는 지난 7일 이러한 경우엔 국민이 '반란'을 일으킬 권리가 있다고 의회를 압박하면서, 9일 임시 국회를 열어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지지자들에게는 거리로 나와 함께 의회를 압박하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군과 경찰 수장이 곧바로 부켈레 대통령에 지지를 보냈고, 9일 의회 밖에는 수백 명의 지지자가 나와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은 차입안을 표결하기 전에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야 하며, 굳이 임시 국회를 열 필요도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상당수 의원들이 출석하지 않으면서 9일 국회는 열리지 못했다.
부켈레 대통령은 전날 의회 밖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이 쓸모없는 의원들이 이번 주 안에 계획을 승인하지 않으면 다음 일요일에 또 임시 국회를 열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는 10일 모여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무장 군경이 의회 안에 들어온 모습을 보고 국제 인권단체 등은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앰네스티는 이것이 위험한 노선의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고, 휴먼라이츠워치도 대통령의 "무력 과시"를 비판하며 미주기구(OAS)가 시급히 이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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