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기생충' 오스카 트로피 몇 개나 품을까…설레는 할리우드
돌비극장 주변 이중삼중 철통 통제 시작…레드카펫 깔기
9일 시상식 앞두고 준비 한창…"봉준호 핸드프린팅 여기로 올 날 머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5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 북쪽 할리우드 블루버드.
평소처럼 노스 라스 팔마스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 할리우드 블루버드를 통해 돌비극장으로 진입하려는 순간 거대한 바리케이드가 눈앞에 들어온다.
오는 9일 오후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이 열릴 돌비극장 주변에는 특유의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체격 좋은 보안요원들로 넘쳐나고 있다.
도로는 돌비극장에 진입하는 길목인 하이랜드 애비뉴부터 통제되고 있다. 지난 3일 거대한 장막으로 극장 주변을 휘감았고, 좁은 골목길로 사람만 겨우 통행하도록 해놓았다.
극장 앞에서는 레드카펫 롤아웃(깔기) 행사가 열렸다.
아직 은막의 스타들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할리우드는 이미 아카데미 분위기로 가득 찼다.
자리를 옮겨 돌비극장 3층과 연결되는 로우스 할리우드 호텔 에코파크룸.
아카데미 취재에 나선 각국 미디어 관계자들이 취재 크리덴셜(목걸이 형태의 취재 허가증)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카데미 주최 측인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시상식 당일 행사장인 돌비극장 주변에서 와이파이는 물론 셀룰러 데이터까지 통제할 예정이다.
아카데미 측은 취재 허가증을 받은 기자들에게도 허용된 장소 이외의 촬영을 일절 금지하고 이에 대한 확인까지 요구하는 등 극도로 '까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연예매체 E!의 한 기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열풍 때문인지 한국에서 온 미디어 관계자들도 많은 것 같다"면서 "아마도 '기생충'이 '1917'과 끝까지 작품상을 놓고 경쟁할 것"이라고 점쳤다.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러 간 두 영국 병사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로우스 할리우드 호텔 로비에 삼삼오오 모인 각국 기자들은 누가 오스카 무대의 주인공이 될지를 전망하느라 바빠 보였다.
한 미디어 관계자는 "다들 '기생충'이 최대 다크호스라는 점에는 공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돌비극장에서 서쪽으로 반 블록 떨어진 TCL 차이니스 시어터 주변에는 한 무리의 한국 관광객이 있다.
이 극장은 할리우드 스타들의 핸드 프린팅이 전시돼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TCL 차이니스 시어터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왼쪽 귀퉁이에는 낯익은 이름이 새겨져 있다. 배우 안성기와 이병헌이 그 주인공이다.
둘은 같은 날 핸드 프린팅을 남겼다. '대한민국 배우 이병헌'이란 글귀가 또렷하게 새겨져 있다,
프린팅의 위치는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프린팅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찾아오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이병헌·안성기의 핸드 프린팅을 보러온 50대 한국 관광객은 "봉준호 감독의 핸드 프린팅이 여기로 올 날이 머지않았다. 그것도 여기 중간에다가…"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할리우드 주변에서는 '기생충'의 국제영화상 수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앞선 시상식 시즌 초반부터 '기생충'이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외국어영화상을 놓친 적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작품·감독·각본상과 국제영화상까지 최대 4개 부문을 휩쓰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조심스럽게 나돈다.
기생충은 작품·감독·각본·국제영화상을 비롯해 편집·미술상까지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oakchu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