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여론조사 수위·화려한 경력에도 아이오와 중간개표 4위 졸전
선거전 험로 예고…AP "후원자들이 블룸버그로 눈길 돌리고 있다"
선거자금 모자라 더 치명적…선거캠프 "3차 경선부터 바이든 힘 나올 것"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이영섭 기자 =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실시된 당내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말 그대로 참패했다.
작년 5월 출마 선언 후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대부분 1위를 지켜왔다는 평판이 무색할 정도로 추락했다.

비록 71% 개표 상황이긴 하지만 그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소 2위에는 오를 것이라는 결과와 달리 3위와도 꽤 차이가 나는 4위로 추락하는 참혹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2차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서도 버니 샌더스 상원 의원에게 밀리거나 박빙이라는 여론조사가 많아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초반 경선지 2곳에서 큰 격차로 연패할 경우 '대세론' 자체가 모래성처럼 무너져버릴 수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화려한 정치 이력과 대중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로서의 경쟁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며 주목을 받아 왔다.
그는 36년간 델라웨어주를 대표하는 상원 의원을 지내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8년 간 부통령을 맡는 등 경력 면에서 민주당의 다른 주자들을 압도했다.
또 출마 선언 이후 각종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다른 주자들과 상당한 격차로 1위를 유지해 '대세론'을 형성할 정도로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한 러스트벨트 등 경합주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거나 박빙 경합을 벌이는 등 본선 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여론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현재까지 개표 결과로는 아이오와 유권자의 마음을 얻는 데 처절할 정도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감한 '진보적 공약'을 내건 샌더스 의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과 달리 중도적 정책으로 중도층에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진보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오와주는 바이든을 철저히 외면했다.
진보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굵직굵직한 정책을 내놓지 못한 채 대세론에 편승해 방어에 급급한 선거운동을 벌인 것도 패인으로 지적된다.
1942년 11월생으로 77세의 고령에다 '올드 세대' 이미지 역시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성향 매체인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민주당 지지 후보를 발표하면서 바이든을 선택하지 않았는데 "횃불을 새로운 정치 지도자 세대에 넘겨줘야 할 때"라는 점을 한 이유로 꼽았다.
바이든 선거 캠프는 그동안 모든 후보가 총력전을 펼치다시피 한 아이오와 경선 결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참모들이 최근 몇 달 간 아이오와에서 꼭 이길 필요가 없다고 말해 왔다며 바이든의 힘은 3차 이후 경선지에서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도 바이든의 측근들이 경선 전 아이오와에서 3위 안에 들기를 희망했다며 아이오와 경선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전했다.
2016년 경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3차 경선 때까지 샌더스 후보와 힘든 경쟁을 벌이다 4차 사우스캐롤라이나, 5차 '슈퍼 화요일'을 거치면서 대세론을 형성한 것처럼 바이든 역시 비슷한 경로를 거칠 것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아이오와 결과는 유력주자의 성적표라고 보기에는 처참한 수준이어서 향후 경선전에서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이번 결과로 바이든이 후원자들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바이든이 우세했다면 그에게 몰렸을 후원자들이 그와 비슷한 중도 이미지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후원자 확보가 누구보다 절실한 바이든으로서는 뼈아픈 결과가 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확보한 선거자금이 900만 달러(약 107억원)에 불과해 워런, 샌더스 등보다 훨씬 뒤처졌기 때문이다.
그간 바이든 측은 상대적으로 급진적인 샌더스와 바이든의 양강 구도가 확립되면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등 다른 중도 성향 후보의 지지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이번 참패로 이런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AP는 진단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후원자 빌 프리먼은 AP에 4위는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라면서 "어떻게 돌려 말하든 좋지 못한 밤이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바이든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이 아이오와주에서 막대한 광고비용을 지불하고 이제는 남은 자금이 별로 없는 점 역시 곤혹스럽다.
따라서 3월 초 14개 주 경선이 동시에 진행되는 '슈퍼 화요일'부터 경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블룸버그 전 시장의 상승세에도 더욱 신경이 쓰이게 됐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블룸버그는 막강한 자금력을 광고전에 '올인'하며 지지율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선거전에서 특단의 반전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면 바이든은 매우 힘든 수렁으로 빨려들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1998년과 2008년 때 대선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또 힐러리가 후보로 선출된 2016년에도 출마를 검토했다가 결국 뜻을 접었는데,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만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는 이번 패배를 예감한 듯 개표 결과 발표 전 지지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아이오와 경선은 가야 할 많은 단계 중 하나이고 경선의 시작일 뿐이라고 한 뒤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모든 단계에서 경쟁하고 여러분의 표 하나하나를 위해 싸울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전을 연출해야 할 오는 11일 뉴햄프셔 경선을 앞두고 그가 샌더스와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최신 여론조사가 이날 나왔다.
미국 세인트안셀름 대학 뉴햄프셔 정치 인스티튜트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참가 예정자 491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샌더스와 바이든이 각각 19%를 기록했다.
부티지지가 14%를 얻어 그 뒤를 이었고, 워런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각각 11%였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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