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총선 4개월만에 정부 구성…좌파 총리 탄생(종합)
의회, 자결당 알빈 쿠르티 총리 승인…쿠르티 '경제부흥' 강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발칸반도의 소국 코소보가 총선을 치른 지 4개월 만에 정부를 구성하게 됐다.
dpa·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코소보 의회는 작년 10월 총선에서 최다 득표한 좌파 성향 자결당(VV)의 알빈 쿠르티 대표를 총리로 한 새 내각 출범을 3일(현지시간) 승인했다.
전체 의원 120명 가운데 66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자결당은 총선이 끝난 직후 득표율 2위에 오른 중도우파 정당 코소보민주동맹(LDK)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진행해왔다.
두 당은 총리 후보 지명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며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다 전날 극적으로 연정 구성에 합의했다.
LDK는 쿠르티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자는 VV의 요청을 수락하고 대신 VV는 국회의장직을 포기하는 조건이다.
15개 내각 장관직은 양당이 6개씩 나눠 갖고 나머지 세 자리는 소수민족 정당에 할당하기로 했다.
이번 의회 승인 투표에선 VV 29석과 LDK 28석 외에 일부 소수민족 정당 소속 의원들이 가세해 과반을 만들었다.
이로써 코소보는 총선 4개월 만에 '좌우 연정'이 출범하게 됐다.
44세인 쿠르티 신임 총리는 코소보 내전 발발 전 세르비아의 억압 정책에 저항한 학생 운동 지도자 출신이다.
혐오의 대상인 기성 엘리트 정치 타파와 부정부패 척결 등을 기치로 내걸고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다.
쿠르티는 이날 의회 승인 투표를 앞두고 한 연설에서 경제 부흥을 약속했다. 고질적인 부패 구조를 해체하고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코소보 경제를 고도성장의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서방의 관심은 대체로 쿠르티 신임 총리가 이웃 나라인 세르비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로 모인다.
이슬람교를 믿는 알바니아계 인구가 대다수인 코소보는 1990년대 말 유고 연방이 해체될 때 세르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다 수십만명의 사망자와 난민이 양산된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나토의 개입으로 1999년 내전이 종식되자 코소보는 유엔 승인 아래 세르비아와 평화협정을 맺은 뒤 2008년 독립을 선포했다.
하지만 세르비아와 그 우방인 러시아·중국 등은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유엔 가입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10년 넘게 서로 적대시하며 정치·경제·외교 등에서 수시로 충돌해왔다.
유럽연합(EU) 등이 양국의 평화협상을 중재하려 노력해왔으나 현재까진 별다른 성과가 없는 상태다.
쿠르티가 세르비아에 대한 강경 노선을 견지해온 과거 전력에 비춰 관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적 지지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과감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쿠르티는 이와 관련해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완전한 호혜주의 아래 무역, 정치, 경제 등에서 세르비아와 협력해나갈 것"이라며 "세르비아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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