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대기에 다들 지쳐…우한 전세기 이륙하자 그제야 안도"
우한 출발한 정부 전세기 안팎…방호복 입은 승무원 기내 서비스 최소화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정아란 기자 = "오랜 대기 시간에 모두 지쳐 보였다."
한국 시간으로 31일 오전 6시5분(현지시간 오전 5시5분) 대한항공[003490] 보잉747 여객기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공항을 이륙하자 탑승객 대부분은 그제야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여객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봉쇄된 우한과 인근에서 철수하는 한국인 367명을 실은 정부 전세기다.
정부와 탑승객 등에 따르면 이날 전세기는 검역과 출국 절차를 마치느라 예정된 시각보다 2시간가량 출발이 지연됐다.
정부 당국자는 예상보다 출발이 늦어진 데 대해 "중국 당국의 검역 후 한국 측 검역 과정이 매우 꼼꼼하게 진행돼 오래 걸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초 전날 오후 3시(현지시간)에 우한에서 철수할 계획이었다가 중국 당국의 허가 지연으로 출발이 미뤄진 점을 고려하면 무려 15시간 늦어진 출발이었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탑승객들은 다소 지쳤지만 그래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피곤한 탓에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잠을 청하는 승객이 대부분이었다.
일부 승객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한국에 있는 친지나 지인에게 연락을 취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8시(현지시간)께 우한 시내 4개 장소에 모여 우한 주재 한국총영사관이 제공한 버스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일부는 자가용으로 공항 톨게이트까지 도착했다.
이들은 공항 건물 외부에서 중국 당국의 1차 체온 측정을 거친 뒤 공항 내부로 들어와 발권, 중국 측 2차 체온 측정, 보안검색, 한국 측 검역을 거쳐 '무증상자'만 비행기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당초 전세기 2대에 나눠 태우려 했던 인원을 전세기 1대로 한꺼번에 수송했다.
이에 따라 원래는 탑승객 간 접촉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간격을 두고 앉히려 했지만, 방역용인 N95 마스크를 착용한 채 붙어 앉으면 1대에 모두 탑승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탑승 내내 착용해야 하는 방역용 마스크 때문에 답답해하는 어린이 승객도 간혹 눈에 띄었다. 이중에는 답답함을 호소하며 "서울 가면 당장 마스크를 벗어야겠다"고 농담을 하는 어린이도 있었다고 한 동승자가 전했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 등을 줄이기 위해 승무원과 탑승객의 접촉 자체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기내식을 제공하지 않는 등 기내 서비스를 최소화했지만 이미 사전에 충분히 공지가 된 만큼 이에 크게 불만을 제기하는 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호복을 입은 승무원들은 대신 승객들이 탑승하기 전에 미리 자리에 입국 서류와 생수를 비치해 놓고 승객의 편의를 위해 최대한 신경 썼다.
승무원 뿐 아니라 이날 전세기에 함께 탑승한 정부 신속대응팀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도 모두 방호복을 착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신속대응팀과 조 회장, 승무원 등은 모두 방호복을 입고 교민과의 접촉을 거의 안 했기 때문에 별도로 격리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날 2시간가량의 비행을 거쳐 오전 8시께 김포공항으로 입국하게 된다.
탑승객은 비행기에서 내리는 대로 다시 검역 절차를 거치게 된다.
국내 검역에서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사람은 임시 숙소인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으로 나눠 수용된다. 다만 의심 증상이 나올 경우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으로 즉시 이송된다.
정부는 나머지 탑승 신청자를 태우기 위한 추가 전세기 운항 협의를 중국 당국과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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