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새 오른팔' 러시아 총리, 570억원 호화 부동산 은닉"
야권 지도자 나발리, 미슈스틴 총리 부정축재 의혹 제기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달 중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깜짝 발탁한 신임 러시아 총리가 불법으로 구입한 30억 루블(약 568억원) 상당의 호화 부동산의 소유 사실을 은닉하려 하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푸틴 대항마'로 불리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3)가 미하일 미슈스틴 총리를 상대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나발니는 미슈스틴 총리가 문제의 고급 부동산 8채를 직업이 없는 자신의 아내와 자녀, 부친, 여자 형제에게 명의를 이전한 것을 입증하는 것으로 보이는 서류를 제시했다.
푸틴은 지난 15일 러시아 국민에게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연방 국세청장 미하일 미슈스틴(53)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해 놀라움을 안겼다.
미슈스틴은 총리로 지명되기 전까지 위키피디아 영문 페이지조차 없던 무명의 기술관료라고 미국 CNN 방송 등 외신들이 지적할 정도였다.
모스크바와 모스크바 주변에 주소를 둔 이 부동산들은 현재는 등기부 소유주가 '러시아 연방정부'라고 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슈스틴 총리는 2018년에 자신이 어떤 부동산도 소유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나발리는 "정부 관료로 23년을 보낸 사람의 가족이 부동산에만 30억 루블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며 "이는 전형적인 부패"라고 강조했다.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부동산 중에는 모스크바 인근의 부촌 '류블료프카' 지역의 주택과 토지, 모스크바 시내 붉은광장 인근의 고급 아파트도 포함돼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1998년 공직에 입문한 미슈스틴 총리는 2010년부터 총리 지명 전까지 연방 국세청장으로 재직했고, 2008년부터 2년 동안은 UFG 투자회사의 회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미슈스틴 총리가 2004∼2006년 청장으로 일한 연방 등기소는 2017년부터 부동산 소유주의 신원을 숨길 권리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에서 등기부 소유주가 연방 정부로 기록된 부동산은 실소유주가 비공개라는 의미로 통하는데, 부패한 정부 관리들이 소유한 고급 부동산의 소유권을 위장하는 데 '러시아 연방정부'라는 명칭이 주로 동원돼 왔다는 게 야권 활동가들의 주장이다.
나발리는 또한 미슈스틴 총리가 소유 부동산 가운데 1채의 명의를 아들 알렉산데르와 알렉세이에게 이전한 것을 보여주는 서류도 공개했다. 당시 미슈스틴 총리의 두 아들의 나이는 각각 5살, 4살이었다.
문제의 부동산은 이후 다시 소유주가 '러시아 연방'으로 재등록됐다.
미슈스틴 총리의 두 아들은 연간 학비가 8만 파운드(약 1억2천만원)에 달하는 스위스의 엘리트 국제학교 '르 로제'(Le Rosey)에 다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더타임스는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의 반(反)푸틴 성향 야권 인사들은 미슈스틴 총리가 지명된 직후부터 그의 축재 과정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러시아 탐사 전문 사이트 '프로엑트'는 미슈스틴이 총리로 지명된 직후 등기부에서 가치가 약 120억원에 달하는 미슈스틴 소유의 부동산 2건의 소유자 명의가 바뀌었다고 폭로했다.
나발니도 앞서 뚜렷한 직업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미슈스틴 총리의 아내의 신고 소득이 지난 9년간 8억 루블(약 150억원)이나 된다고 공개하며 축재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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