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비아모델 등 거론하며 "볼턴 말 들었다면 6차대전"(종합)
볼턴 증언 '탄핵뇌관' 부상하자 '분노의 트윗'으로 "회고록 허위" 독설·악담
루비콘강 건넌 두 사람…볼턴, '스모킹 건' 쥐고 트럼프 정치적 운명 '위협'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상원 탄핵심판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해 "그의 조언을 들었다면 제6차 세계대전이 났을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슈퍼 매파'인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 비핵화 해법으로 주창한 '리비아 모델'(선(先)핵 폐기-후(後)보상)도 대표적 '판단 착오' 사례로 꼽으며 또다시 끄집어냈다.
지난해 9월 대북 문제 등 대외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경질된 볼턴 전 보좌관이 조만간 펴낼 회고록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우크라이나 군사원조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수사를 연계했다는 '메가톤급 폭로'가 담겼다는 내용이 지난 26일 뉴욕타임스(NYT) 보도로 알려지면서 볼턴 전 보좌관 증인 채택 문제가 상원의 탄핵심리 판을 흔들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볼턴 전 보좌관이 '스모킹 건'이 될지도 모를 진술을 손에 쥐고 '정치적 복수'에 나서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를 참지 못한 채 이른 아침 폭풍 트윗을 통해 맹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존 볼턴'이라는 실명을 거론하진 않은 채 "수년 전 유엔 대사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그 이후 어떤 자리에도 인준을 받을 수 없었던 사람"이라고 말을 꺼냈다.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05년 볼턴 전 보좌관을 유엔 주재 미 대사로 지명했을 당시 민주당의 강력한 반대와 일부 공화당 의원의 반발로 상원 인준이 어려워지자 휴회 기간을 틈타 임명을 강행한 일을 일컬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사람'이 "나에게 상원 인준이 필요 없는 자리를 구걸했고 많은 이들이 '그렇게 하지 마시라'고 했음에도 불구, 나는 그에게 자리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 사람'이 "그 자리를 얻은 뒤 TV에서 잘못하여 '리비아 모델'을 말하고 더 많은 판단 착오를 했다. 그리고 해고를 당했다"며 "솔직히 말해 내가 그의 말을 들었더라면 우리는 지금쯤 제6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윗에서 언급한 대목은 볼턴 전 보좌관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 말 북한 비핵화 방식과 관련, "리비아 모델에 대해 많이 염두에 두고 있다"고 거론한 방송 인터뷰 등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된 뒤 '재앙'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볼턴 전 보좌관이 북한이 극도로 거부해온 리비아 모델을 언급한 것은 "매우 큰 잘못"이라고 공개 비판을 해왔다. 볼턴 전 보좌관도 '야인'으로 돌아간 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실패했다며 정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볼턴 전 보좌관이 "나가자마자 곧바로 형편없고 사실이 아닌 책을 쓰고 있다. 모두 기밀의 국가 안보이다. 누가 이런 짓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앞선 트윗에서는 "왜 존 볼턴은 오래전, 그가 공개적으로 잘렸을 때 이 '허튼소리'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지 않았는가"라며 "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트윗은 볼턴 전 보좌관이 경질에 앙심을 품고 있다가 자신에게 타격을 가할 목적으로 그동안 전혀 문제 삼지 않아 온 부분에 대해 '거짓 주장'을 펴고 있다는 논리로 증인 채택 시도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트윗이 볼턴 전 보좌관을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벌집'을 쑤신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되고 있다.
볼턴 전 보좌관에 대한 증인 채택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탄핵 심판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공화당은 일부 반란표 발생이 예상되는 가운데 증인채택을 막을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한때 주군과 핵심 참모였던 두 사람이 루비콘강을 건너 서로를 향해 '총질'을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고를 당한 볼턴 전 보좌관이 '결정적 한 방'일지도 모를 카드를 칼자루에 넣고 흔들면서 정치적 운명을 위협하는 역설적 장면이 빚어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공화당은 기억하라. 민주당은 이미 17명의 증인을 채택한 바 있다. 우리는 한명도 못 확보했다. 증인은 하원에 달린 문제이지 상원에 달린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여러분에게 장난치지 못하도록 하라!"며 증인 채택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거듭 피력하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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