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다룬 다큐 '암살자들', 선댄스영화제서 공개
라이언 화이트 감독 신작…"김정남, CIA 정보원" 주장도 소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의 내막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공개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진행 중인 제36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이날 다큐멘터리 '암살자들'(Assassins)의 시사회가 열렸다.
에미상 후보작인 연작 다큐멘터리 '더 키퍼스'와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상을 받은 '케이스 어게인스트 8' 등으로 유명한 라이언 화이트 감독의 신작인 이 작품은 김정남 사망과 이후 전개된 상황을 상세히 전하고 있다.
김정남은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2일과 3일째 김정남의 얼굴에 독극물을 묻힌 인도네시아인 시티 아이샤(28·여)와 베트남인 도안 티 흐엉(32·여)을 잇달아 검거했지만, 이들에게 VX를 주고 공격을 지시한 주범들은 이미 전원 국외로 도주한 상황이었다.
촬영진은 시티와 흐엉의 재판 초기부터 현지에서 심층 취재를 진행한 결과 리얼리티 TV용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북한인들의 말에 속아 자신들이 살해 도구로 이용됐다는 두 사람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말레이 검찰은 이들이 '무고한 희생양'이 아니라 '훈련된 암살자'라고 주장했다.
주범 격인 북한인들을 모두 놓친 검찰이 김정남 암살에서 두 사람이 한 역할을 부풀려 강하게 처벌함으로써 위신을 세우려 했다는 것이 촬영진의 인식이다.
결국, 시티와 흐엉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정부가 주도한 장기간의 외교적 로비를 거쳐서야 작년 3월과 5월 공소 취하 등의 절차를 거쳐 석방될 수 있었다.
영화는 김정남이 사실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다는, 일각의 오래된 주장도 소개했다. 김정남은 피살되기 며칠 전 말레이시아 휴양지 랑카위에서 한 미국인 남성을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 당시 13만9천 달러(약 1억6천만원)를 지니고 있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영화 '암살자들'이 김정남 살해의 책임이 북한에 있다고 결정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고 할지라도, 그의 끔찍한 죽음은 어떤 잠재적 반역자도 비슷한 운명에 직면할 것이라는 오싹한 암시를 준다"고 평했다.
'암살자들'의 상영 시간은 104분이다. 선댄스 영화제에서는 이달 28일과 30일, 내달 1일에도 상영 일정이 잡혀 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