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점점 인간 돼간다"…브라질 대통령, 또 인종차별 발언
원주민 지도자 "헌법을 갈기갈기 찢는 발언" 반발…고소 예고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또다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서 "원주민들이 변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그들도 점점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은 브라질 내 원주민들과 관련 단체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원주민 지도자인 소니아 구아자자라는 자신이 이끄는 단체인 브라질원주민협회(APIB)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인종차별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위터로 "우리 원주민들을 존중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보우소나루는 우리의 인간성을 부인함으로써 또다시 헌법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인권 단체인 리포터브라질의 회장인 레오나르두 사카모투 역시 트위터로 "원주민들은 다른 누구와도 마찬가지로 언제나 사람이었다"며 "점점 인간 아닌 것으로 밝혀지는 자는 다름 아닌 보우소나루"라고 받아쳤다.
극우 성향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이전부터 원주민을 향한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자주 쏟아내 왔다.
의원 시절인 1990년대에는 군인들이 원주민 사회를 말살하지 않은 점이 슬프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국가에서 원주민들에게 너무 많은 땅을 내줬다며 "과거에도, 오늘날에도 자국 원주민들을 학살한 북미의 기병들이 현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에 취임한 후 원주민들에게 친화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유엔 총회 기조연설 당시 원주민 지지자를 초청하고 원주민들의 목걸이를 착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주민 땅의 상업적 개발 허용을 추진하고 있는 그로 인해 많은 원주민이 다급한 위협을 느낀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좌파 정당인 지속가능네트워크(Rede) 소속 한도우피 호드리게스 상원의원은 지난해 가디언에 "독재 시절 이후 브라질 원주민들이 오늘같이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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