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위기 고조 속 이탈리아 총리 다보스포럼 참석 전격 취소
외무장관의 오성운동 당수직 사퇴 관련 대응 방안 논의할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총리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 참석을 전격 취소했다.
연립정부 최대 지분을 가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을 이끌어온 루이지 디 마이오 외무장관이 당수직에서 물러나면서 연정 위기가 현실화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총리실은 23일(현지시간) 주세페 콘테 총리의 다보스포럼 참석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총리실은 콘테 총리가 이날 로마 집무실에 머무르며 중요 사안을 논의할 계획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총리실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한 관계자는 콘테 총리가 이날 밤 로마에서 내각회의 등을 소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콘테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 4시 다보스포럼에서 지속가능한 경제와 기후변화 등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콘테 총리의 다보스포럼 참석 취소 결정은 디 마이오 장관이 오성운동 당대표직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연정의 중대 축인 오성운동이 리더십 위기를 겪으면서 연정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된 것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디 마이오 장관은 자신의 리더십을 비판하며 소속 의원들이 연쇄 탈당하는 등 내분이 심화하자 전날 당권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콘테 총리는 마이오 장관의 사퇴가 개인적으론 슬픈 일이라면서도 연정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연정의 미래를 좌우할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26일)를 앞두고 돌발 악재가 터지면서 대응 방안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인구 규모로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에밀리아-로마냐는 또 다른 연정 축인 중도좌파 정당 민주당의 텃밭으로 인식되지만 극우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한 우파연합이 맹렬하게 지지도를 끌어올리며 박빙의 판세를 만들었다.
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연정이 지속 가능하고 탄탄한 국정 운영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냐, 붕괴 수순을 밟을 것이냐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본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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