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영매체 "하루 5번 기도시간 영업중단 논란"
"과거 종교경찰의 유산" vs "종업원 휴식 보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매체인 아랍뉴스는 19일(현지시간) 하루 5차례 있는 기도(살라) 시간에 가게의 문을 닫는 현행 종교적 관습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에서 30여년간 종교적 율법에 따라 당연하게 여겼던 관행에 대해 사우디 국영 매체가 합법성과 근거에 문제를 제기한 것만으로도 사우디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아랍뉴스는 "최근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24시간 영업을 허가하면서 하루 5차례 기도 시간에 현재처럼 가게가 문을 닫고 영업을 잠시 중단해야 하는지 논쟁이 벌어졌다"라고 전했다.
이는 이슬람권에서도 사우디에서만 유일하게 시행되는 관행이다. 다른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사업장이 일주일에 한 번 열리는 금요 대예배 시간에만 문을 닫곤 한다.
사우디에선 한때 종교경찰(현 권선징악위원회)이 기도 시간에 정확히 맞춰 문을 닫지 않는 가게의 주인을 임의로 체포해 일정 기간 구속 또는 태형에 처하기도 했다.
아랍뉴스는 이런 관습이 1987년 종교경찰이 발효한 실행규칙에 따라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이 실행규칙은 기도는 이슬람의 5개 기둥(의무) 중 하나인 만큼 종교경찰은 시민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고 이를 위해 가게가 기도 시간에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아랍뉴스는 이 실행규칙 중 '기도'가 반드시 하루 5차례의 기도를 뜻하는 게 아니라 금요 대예배의 기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루 5차례 기도 시간에 가게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관행은 과거 종교경찰 자체의 규칙일 뿐 법적, 종교적 근거가 희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기도 시간 중 영업 중단에 찬성하는 의견도 있었다.
제다의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은 이 신문에 "20∼40분간의 기도 시간은 우리에겐 휴식시간이다"라며 "또 손님들이 마구 어질러 놓은 물건을 정상적인 영업시간에는 치우기 어려워 기도 시간을 요긴하게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수니파 기준)은 일출, 정오, 오후, 일몰, 밤 시간에 맞춰 하루 5차례 사우디 메카(카바) 방향을 향해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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