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T 공룡, 기술·특허 뺏고 납품가 인하 요구"
하원 청문회서 경쟁·거래업체들, 애플·아마존·페이스북·구글 비판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애플과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정보기술(IT) 공룡들이 1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하원 청문회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소규모 경쟁사들로부터 난타당했다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경제매체 CNBC가 보도했다.
미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는 이날 미 콜로라도대에서 청문회를 열고 IT 공룡들로부터 피해를 본 기업 관계자를 불러 IT 공룡들의 사업 관행에 대한 증언을 들었다.
무선 스피커 업체 소노스의 최고경영자(CEO) 패트릭 스펜스, 스마트폰 손잡이 제조사 팝소켓의 CEO 데이비드 바넷,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베이스캠프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데이비드 핸슨, 블루투스 기술을 이용해 열쇠·가방 등 소지품을 찾게 해주는 가전업체 타일의 법무 자문위원 키어스틴 다루가 증언대에 섰다.
CNBC는 "최근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아마존에 대한 비판은 학자나 정치인에게 아주 흔한 일이지만 여전히 IT 공룡들의 서비스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은 드문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펜스 CEO는 자기 회사가 공개적으로 말해도 좋을 만큼 재정적으로 튼튼해서 다행스럽다면서도 여전히 공개 증언을 통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노스는 최근 구글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스펜스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회사들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새 시장에 들어갈 때 자사 제품에 보조금을 주고 타사에는 규제를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스펜스는 "이들 회사는 상당한 지배력이 있어서 구글이나 그 비슷한 회사가 어떤 것을 요청하면 우리 같은 규모의 회사조차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바넷 CEO는 아마존이 "웃으면서 괴롭히기" 전략을 쓰고 있다고 고발했다. 일례로 아마존 임원들이 전화를 걸어와 아마존 사이트에서 팝소켓 제품의 가격을 낮추지 않으면 제3의 판매업자로부터 제품을 공급받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팝소켓은 결국 아마존과의 거래를 중단했다.
핸슨 CTO는 페이스북과 구글의 광고 모델을 비판했다. 그는 특히 구글의 검색 광고를 두고 "강탈"이라고 표현했다.
핸슨은 "검색 결과의 첫 페이지에 나오기 위해 온라인에서 20년간 좋은 평판을 쌓으려고 일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검색 결과 상단에 나오도록 광고를 샀는지 여부였다"고 말했다.
다루 자문위원은 애플이 앱(응용프로그램) 장터인 앱스토어에 부과한 규제와 이 회사의 소지품 찾기 기술과 비슷한 제품을 출시한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경쟁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타일 같은 제3자 앱과 달리 애플의 '나의 찾기' 앱은 기본 앱으로 애플 기기에 탑재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플과 경쟁하는 것을 축구 경기에 비유했다. 다루는 "당신은 리그 내 최고의 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축구장, 축구공, 스타디움, 그리고 리그 전체를 소유한 팀을 상대로 경기하고 있고, 그들은 언제라도 경기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청문회 말미에 이들을 위해 의회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자 스펜스는 이렇게 답했다.
"지배적인 기업들은 타사의 지식재산권이나 발명품을 침해할 수 있다. 그들은 만약 장래에 돈을 내야 하게 된다면 그때 가서 이용료를 내면 되고 그때쯤이면 경쟁은 끝나 있을 것이란 사실을 계산하면서 이렇게 한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행동,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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