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일단락한 미국, 중국에 '북한 비핵화 협력' 연일 압박
트럼프, 무역합의 서명식서 북 2차례 언급…국무부도 중국 역할 거론
제재이행 촉구하며 북중밀월 경계…해법 달라 미중 갈등 불씨될수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일단락한 것을 계기로 중국을 향해 북한 비핵화에 협력하라는 강한 메시지를 연일 던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난제 중 하나였던 중국과의 1단계 무역협상을 서명한 전후로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에 동참하라는 미측의 언급이 속출하고 있다.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위해 북한의 '뒷배'로 불리는 중국의 협조가 절실한 데다 중국이 제재 이행에 동참하지 않으면 대북 최대 압박을 통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꾀하는 미국의 목표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중국과 1단계 무역협상 서명식에서 이례적으로 북한 문제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 행사에서 미·중 합의를 자찬하다가 "그들(중국)은 김정은과 관련해 아주아주 도움이 돼 왔다"고 북한을 불쑥 꺼낸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단한 존경을 갖고 있다며 "이는 아주 아주 아름다운 체스게임이거나 포커게임"이라고 말했다.
또 곧바로 이어진 중국 대표단과 오찬 공개 발언에서도 시 주석이 무역합의 이외의 부문에서도 아주 잘해 주고 있다면서 대북 관련 협력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고 "세계 수준의 체스 경기나 포커 경기 같다"는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공개석상에서 두 번씩이나 북한을 거론한 것은 의도성이 다분해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 휴전을 즈음한 고위 당국자의 비슷한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15일 러위청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통화에서 1단계 미중 무역합의 서명 관련 논의와 함께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완전하게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한국과 일본의 외교장관들과 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 14일 한 강연에서 "북한 문제는 중국이 끼어들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을 것 같다"며 중국 역시 북한의 비핵화를 기대하고 있음을 북한 지도부에 매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공동 노력을 강조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가운데 북한이 '충격적 실제행동'에 나서겠다고 도발 위협을 하는 상황에서 북한에 큰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또 1단계 무역협상 타결을 통해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상당 부분 해소한 만큼 중국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보인다.
여기에는 미국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대북 제재로 대표되는 최대압박 정책을 펴고 있지만 중국이 제재 이행에 소극적이어서 제재의 '뒷구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 역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그동안 북한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불법적인 선박 대 선박 환적을 시도하고 많은 환적이 중국 영해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중국이 단속을 꺼려 제재가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작년 5월말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일명 샹그리라 대화) 때는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 국방부장에게 중국의 영해에서 발생하는 북한의 불법 환적 장면이 담긴 사진첩을 전달하는 모습까지 연출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은 작년 12월 22일까지 유엔 제재 이행을 위해 북한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했지만 최근 들어 공무 여권이나 유학비자를 받은 뒤 다시 중국으로 나와 편법으로 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
또 북한 대외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한 관광 확대에 나서는 것은 결국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기능해 북한의 '달러 숨통'을 틔우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이 지난 14일 노동자 불법 해외 송출에 관여한 북한 회사와 중국 내 숙박시설 2곳을 제재한 것은 중국을 향해 제재 이행을 압박하는 간접 경고로도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촉진을 위해 북중 밀월 관계가 가속 페달을 밟는 것에 제동을 걸고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 이행 강화와 함께 대북 압력 행사 등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 해법을 놓고 미중 간 시각차가 커 미국의 중국 압박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16일 유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와 6자회담 부활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 초안을 러시아와 함께 제출했다.
쌍궤병행(雙軌竝行·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등 단계적 접근에 기초한 북핵 해법이 필요하고, 북한 비핵화는 북미만이 아닌 관련 당사국들의 다자 테이블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미국은 중국의 결의안 초안에 대해 "지금은 대북 제재완화를 고려할 때가 아니다"라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해 향후 미중이 무역분쟁에 이어 북한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너무 머지 않은 미래에 중국을 방문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두 정상의 회담 때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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