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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저서 논란에 '다른 의견 가능하다' 말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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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베네딕토 16세 저서 논란에 '다른 의견 가능하다' 말해"(종합)
이탈리아 유력 일간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인터뷰 내용 소개
교황청 내에선 전임 교황 지위 관련 명확한 규정 필요 목소리도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83)이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92)의 저서 논란과 관련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교황은 최근 진보 성향의 라 레푸블리카 창간자이자 원로 기자인 에우제니오 스칼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전 세계 수억명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조직에선 다른 의견이 있는 법이며 이는 꽤 정상적인 현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스칼파리는 전했다.
그러면서 '(요제프) 라칭거와의 문제는 일단락됐다'고 부연했다. 요제프 라칭거는 베네딕토 16세의 본명이다.
무신론자로 알려진 스칼파리는 프란치스코 교황과 특별한 친분을 가진 것으로 유명한 언론인이다.
그는 당시 교황과의 인터뷰 내용을 녹음하지 않았으며, 기억에 의존해 교황의 발언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지면에 실린 기사 역시 직접 코멘트가 아닌 간접 화법으로 서술됐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관련 보도가 나온 뒤 스칼파리가 최근 교황을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보도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해선 "기억에 의존한 자유로운 재구성"이라고 표현하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인터뷰 내용이 정확하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제독신제를 둘러싼 베네딕토 16세와의 의견 대립설을 조기 수습하고 상호 존중과 경의를 토대로 유지돼온 전임 교황과의 관계도 손상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려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개적인 자리에선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사제독신제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베네딕토 16세의 주장이 담긴 것으로 알려진 책 내용 일부가 지난 12일 프랑스 언론에 공개돼 큰 파장을 낳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사제, 독신주의 그리고 천주교의 위기'라는 제목이 달린 책 표지에는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으로 있는 로버트 사라 추기경(74·기니)과 베네딕토 16세가 공저자로 표기됐다.
가톨릭 교계 일각에선 남미 아마존 등 사제 수가 절대 부족한 일부 지역에 한해 사제독신제의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중을 내비친 프란치스코 현 교황에 정면으로 맞선 것이라며 전임 교황과 현재 교황이 가톨릭계 현안을 놓고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논란이 커지자 베네딕토 16세 측은 전임 교황이 책의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을 허락한 적 없다며 이름을 빼달라고 사라 추기경에게 요청했다고 밝혔고, 사라 추기경도 이를 받아들여 공저 표기를 수정하기로 했다.
출판사 측은 사라 추기경과의 협의를 거쳐 추기경을 단독 저자로 표기하되 베네딕토 16세가 집필에 관여했다는 식으로 저자 문제를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은 예정된 출간일인 15일 공저 표기가 수정되지 않은 채로 프랑스 시중 서점에 공개됐다. 하지만 2쇄부터는 저자 표기가 바뀐 판본이 출간될 것으로 알려졌다.
교리 등에서 보수적 관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는 2005년 4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으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 등을 이유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교황청 내에선 이참에 사임한 교황의 지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회법상 교황은 자신의 의지로 사임이 가능하지만 사임 이후 신분이나 호칭, 특권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재위 중인 교황과의 관계 등에서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네딕토 16세의 자진 사임은 가톨릭 역사상 600여년 만에 처음인 데다 전례가 드물어 이에 대한 논의가 미처 이뤄지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교황청 내 복수의 고위 관료는 익명 보도를 전제로 로이터 통신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베네딕토 16세 사후 이 문제를 매듭짓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아이디어 차원에서 비공식적으로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그 배경으로 의학 발달 등으로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는 현실과 맞물려 앞으로 교황의 자진 사임이 일반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교황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하면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베네딕토 16세의 경우 물러나면서 스스로 '명예 교황'의 호칭을 부여했다. 아울러 교황의 전통적인 흰색 복장을 유지하고 바티칸에서 계속 거주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부 비판론자들은 '가톨릭교에선 하늘 아래 유일 교황이라는 상징성이 중요하다'며 일단 자리에서 물러나면 교황이라는 호칭과 전통 복장을 내려놓고 재위 중인 교황과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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