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살인·테러 등 주요 형사재판 선고 생중계한다
판결만 중계…피해자·증인·배심원 노출은 제한
"대중의 판결 이해 개선" vs "재판관에 대한 공격 우려"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앞으로 영국에서 살인과 테러, 성폭행 등 세간의 이목을 끄는 주요 형사재판의 선고가 TV와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된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로버트 버클랜드 영국 법무부 장관은 형사법원 주요 재판의 생중계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생중계 대상은 런던의 중앙형사법원을 포함해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형사법원의 주요 재판이다.
다만 생중계는 재판관의 선고 및 판결내용에 제한된다. 피해자와 증인, 배심원, 법원 직원들에 대한 촬영은 허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구체적인 생중계 시작 시기는 이날 상정된 법안이 언제 입법절차를 마치는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방에서 형사재판이 생중계되는 것은 처음이다.
스코틀랜드 법원에서는 1992년부터 사전 승인을 전제로 상황에 따라 생중계를 허용하고 있지만 2012년에서야 처음으로 이뤄졌다.
영국 대법원과 항소법원에서도 사안에 따란 생중계 승인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정부 입법안에 대해 반응은 엇갈린다.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가장 고위 법관인 수석재판관을 맡고 있는 버넷 경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이미 기자들이 재판을 보도하고 있다"면서 "이번 결정은 판사가 기소된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선고하는 것과 왜 그들이 법과 규정을 이같이 해석했는지에 대해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클랜드 장관은 "정부와 사법부는 우리 사법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며, 법정 내에 카메라를 허용하는 것이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법정은 개방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가장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정의가 행해지는 것을 사람들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변호사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 1만6천명의 변호사를 대변하는 '변호사 협의회'(Bar Council)는 "리얼리티 TV 쇼 형태로 형사 재판 선고를 생중계하는 것에는 경계해야 할 위험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재판이 스포츠 중계가 아니며, 재판과정에서 제시된 증거나 주요 정보 등을 모르는 상황에서 대중이 특정 판결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해 대중에게 인기가 없는 판결을 한 재판관에 대한 공격이 이뤄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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