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서 한국인 태운 선박 두척 억류…"정부는 도울 수 없다고만"(종합)
영해 침범…DL 릴리호 작년 10월 9일부터 억류 이어 최근 다른 한척도
외교부 "선사 측이 자체 해결하겠다고 해…조만간 풀려날 것"
(서울·자카르타=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에 한국인 선장과 선원을 태운 선박 두 척이 각각 작년 10월과 올해 1월 영해 침범 혐의로 나포돼 억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파나마 국적의 액화석유가스(LPG) 수송선 'DL 릴리호'는 지난해 10월 9일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영해를 침범했다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포됐다.
인도네시아 해군 측은 'DL 릴리호'가 공해에 닻을 내려야 하는데 인도네시아 빈탄섬 북동쪽 영해에 닻을 내렸다며 나포했다.
이후 선원들은 인도네시아 당국에 여권을 압수당한 채 빈탄섬과 바탐섬 사이 인도네시아 해군기지 인근 바다에 정박한 DL 릴리호 안에서 석 달 넘게 지내고 있다.
선박에는 한국인 선장·선원 9명과 함께 인도네시아인 선원 8명도 함께 억류돼 있다.
억류된 선원 A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음식 공급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허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하는 선원도 있는데 아무런 처치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선사 측에서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곧 나갈 수 있으니 조금만 참으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 당국자와 면담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선원들이 억류 직후 해수부와 외교부에 신고했지만, '파나마 국적이니 도울 수 없다. 선사 측과 논의하라'는 취지의 답변만 받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정부는 억류 사실을 선사 신고로 파악했지만, 선사가 자체 해결하겠다고 하자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억류 초기 선사 측에서 알아서 해결하겠으니 정부는 나서지 말라고 했다"면서 "인도네시아 외교부가 지난해 12월 5일 나포 사실을 공문을 통해 알려와 인도네시아 해군을 접촉하는 등 상황 파악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당시 선원들이 체포가 아닌 선박 안에서 대기하고 있으며 음식도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선원 면담도 하려고 했지만 기상 악화로 파도가 높아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도네시아 해군 측으로부터 '조만간 풀려날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올해 1월 9일 DL 릴리호가 나포된 장소와 거의 같은 지점에 닻을 내린 한국 국적 화물선 'CH벨라호'가 역시나 영해 침범 혐의로 적발돼 지난 11일 해군기지 인근 해상으로 끌려간 사실이 확인됐다.
이 선박에는 한국인 선장과 선원 4명, 인도네시아인 선원 19명 등 총 23명이 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외교부와 해수부는 선사와 함께 나포된 선박이 풀려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transil@yna.co.kr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