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반대 그린피스 배 격침 지휘했던 프랑스 전 정보국장 별세
1985년 뉴질랜드에 정박 그린피스 배를 프랑스 정보기관 요원들이 격침
당시 작전 총괄한 DGSE의 라코스트 전 국장 95세로 별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1985년 프랑스의 핵실험을 반대하던 그린피스의 배를 프랑스 정보요원들이 격침한 '레인보우 워리어' 사건의 지휘자였던 프랑스의 전(前) 정보국 수장이 별세했다.
AFP통신은 프랑스 대외정보국(DGSE) 국장을 지낸 피에르 라코스트가 14일(현지시간) 95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라코스트는 198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재임 당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레인보우 워리어호 격침 사건이 일어났을 때 DGSE 국장이었다.
레인보우 워리어는 프랑스의 남태평양 핵실험 저지를 위해 출항했다가 정박한 뉴질랜드 오클랜드항에서 1985년 7월 10일 폭발에 이어 침몰했고, 당시 포르투갈 국적의 사진사 페르난도 페레이라가 목숨을 잃었다.
당초 이 사건은 그린피스의 자작극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배에 뚫린 구멍이 배 밖에서 설치한 폭탄 때문이었음이 드러났고, 사건 두 달 뒤 DGSE 남녀 요원 2명이 붙잡히면서 프랑스 정보국의 소행임이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미테랑 대통령의 사회당 정권에 맹비난이 일었고 당시 샤를 에르뉘 국방장관과 DGSE의 라코스트 국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붙잡힌 프랑스 정보요원들은 뉴질랜드에서 기소됐고, 당시 뉴질랜드의 데이비드 롱이 총리는 이 사건을 국가가 지원하는 극악무도한 국제 테러리즘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라코스트가 지휘한 DGSE의 비밀 작전의 이름은 '사탄의 작전'이었다.
프랑스 요원들은 뉴질랜드서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년도 안 돼 풀려나 프랑스로 돌아와 영웅 대접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는 레인보우 워리어호의 격침을 미테랑 대통령이 직접 승인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라코스트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1997년 펴낸 자서전에서도 미테랑 대통령의 개입을 부인했지만, 2005년 일간지 르 몽드는 사건 1년 후 라코스트가 직접 손으로 쓴 보고서를 입수해 미테랑이 작전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서 라코스트는 "샤를 에르뉘 국방장관의 요구로 계획을 검토했고 이를 실행해도 되는지 대통령에게 문의했다. 대통령은 핵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의했다"고 밝혔다고 르 몽드는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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