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로 멸종 위기' 코알라, 뉴질랜드 도입 청원 제기
'환경 비슷하니 데려오자' 온라인 청원에 7천명 동의
전문가 "코알라, 서식지 이동 어려워…토착 생태계 영향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최악 산불'로 '기능적 멸종' 위험까지 거론되는 코알라를 인접국 뉴질랜드에 도입하자는 청원이 제기됐다.
산불로 개체수가 급감하고 서식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된 코알라를 식생이 비슷한 뉴질랜드에 도입하자는 온라인 청원에 13일 오후 현재 약 7천명이 동의했다고 dpa통신이 전했다.
뉴질랜드인으로 추정되는 발의자는 청원 웹사이트(www.change.org)에 "코알라는 호주에서 기능적 멸종단계에 처했고, 다른 여러 호주의 생태종(種)과 마찬가지로 뉴질랜드에서 번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 사유를 설명했다.
이어 "코알라는 개방된 유칼립투스 숲에 서식하고 그 이파리를 주로 먹기 때문에 우리 지역 생태계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고 추측했다.
청원문에 따르면 뉴질랜드에는 유칼립투스 숲 면적이 3만㏊에 이른다.
그러나 호주의 코알라 전문가들은 외래종 도입은 토착 동물을 포함한 기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므로 바람직하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시드니대학 과학부 밸런티나 멜라 교수는 "코알라는 몇가지 나무, 그 중에서도 독소와 영양소의 함량에 따라 특정한 이파리만 선택한다"며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 이전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바로 근처, 같은 환경에 사는 코알라 종류 사이에서도 섭취하는 식물이 다를 정도로 식성이 까다로워서 호주 안에서도 코알라를 이동, 적응시키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뉴질랜드 도입은 '재난'이 될 것이라고 멜라 교수는 전망했다.
멜라 교수는 "이런 이유로 뉴질랜에 코알라를 도입하는 방안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뉴질랜드는 19세기에도 호주의 동물종을 도입하는 시도를 했다가 삼림 파괴를 겪고, 외래종 통제에 막대한 비용을 치른 전례가 있다.
코알라는 까다로운 식이와 장시간 수면 같은 타고난 습성과 외부 환경 변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이번 산불 이전에도 취약한 종으로 여겨졌고, 이번 산불로 서식지가 대거 파괴되며 결정타를 맞았다.
수전 레이 호주 환경장관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뉴사우스웨일스주(州) 북동부 해안 지역의 코알라 개체수가 최대 30% 감소했다.
레이 장관은 지역에 따라 코알라의 '보호 등급'을 심각도 순으로 다섯째 단계인 '취약종'(Vulnerable·VU)에서 '멸종위기종'(Endangered·EN)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호주 환경부는 이날 산불로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데 5천만호주달러(약 4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산불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조사기관 뉴스폴의 최근 조사에서 모리슨 총리의 개인 지지율이 37%로 나타났다고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언이 13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초와 비교해 8%포인트가 급락한 것이다.
야당 노동당의 앤서니 알바네이지 대표를 총리로 선호한다는 답은 46%로 나타나 모리슨 총리의 지지율을 앞섰다.
모리슨 총리의 국정 수행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답은 무려 59%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8∼11일에 유권자 1천505명을 상대로 진행됐으며, 오차한계는 2.5%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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