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재벌총수 솜방망이 처벌이 되레 주가에 악영향"
경제개혁연구소, 기업가치 영향 분석 보고서 발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횡령이나 배임을 저지른 재벌 총수에 대한 처벌이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총수에 대한 유죄 판결이 계열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며 오히려 법원이 관대한 판결을 내릴 경우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개혁연구소는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재벌총수에 대한 사법처리는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 재벌총수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를 이용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부교수와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조교수는 이 보고서에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에서 횡령·배임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총수가 지배하는 35개 기업집단·319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총수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비정상 수익률)을 분석했다.
비정상 수익률은 실제 수익률과 과거 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정상 수익률의 차이를 비교해 계산했으며, 수익률 계산에는 2가지 주식가격 결정모형을 적용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총수에 대한 유죄선고 전후 15일 동안 계열사들의 누적 비정상 수익률, 즉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1.0%∼-1.6%로 음수이기는 하나 영향은 크지 않았다.
개별계열사의 주가 분포를 살펴보면 유죄 선고가 긍정적 영향을 미친 곳이 41∼43%, 부정적 영향을 미친 곳이 57∼59%로 나타나 부정적 방향으로만 쏠려 있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 유죄 판결을 받은 총수에 대해 실형이 선고될 때보다 집행유예가 선고될 때 주가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형 선고에 대한 평균 누적 비정상 수익률은 -0.6%∼-0.01%로 통계적으로 무의미했지만, 집행유예 선고에 대한 평균 누적 비정상 수익률은 -1.4%∼-3.0%로 나타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총수에 대한 법원의 실형 판결이 재벌그룹과 국민경제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공포 마케팅'은 실증적 근거가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엄격한 판결이 리더십 공백 같은 부정적 충격을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려 법원이 집행유예와 같은 관대한 판결을 내릴 경우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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