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사고 외교관 부인 송환 놓고 英·美 갈등 지속
英 범죄인 인도 요청에 美 "면책특권 적용된다"며 거부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에서 역주행 교통사고를 낸 뒤 면책특권을 내세우며 본국으로 돌아간 미국 외교관 부인의 송환 여부를 놓고 영미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앞서 영국 검찰은 지난달 앤 사쿨러스(42)를 난폭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정보기관 요원의 아내인 사쿨러스는 지난해 8월 27일 영국 중부 노샘프턴셔 크러프턴 공군기지에서 SUV 차량을 몰고 나오다 모터바이크를 타고 달리던 영국인 해리 던(19)과 충돌했다.
던은 사고 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고 현장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경찰 조사에 협력할 것을 약속했던 사쿨러스는 그러나 외교관 면책특권을 주장하면서 가족과 함께 급거 미국으로 돌아가 영국 내에서 큰 분노를 불러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사쿨러스의 면책특권 포기를 요구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검찰은 지난 9일 미국 정부에 정식으로 사쿨러스의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영국 내무부 대변인은 "검찰의 기소 결정 이후 내무부는 미국 정부에 난폭운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앤 사쿨러스의 범죄인 인도를 정식으로 요청했다"면서 "이제 미국 당국의 결정에 달렸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그러나 영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인 인도 요청은 부적절하다"면서 "사건 발생 당시와 영국 체류 기간에 사쿨러스는 외교관 면책특권이 부여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직 외교관 부인 송환을 위해 범죄인 인도 조약을 이용하는 것은 매우 문제가 있는 전례를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사쿨러스는 영국 검찰의 기소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영국에 돌아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사쿨러스의 변호인은 던의 죽음이 사고였던 만큼 사쿨러스에 대해 최대 14년형을 부과할 수 있는 형사처벌을 추진하는 것은 비례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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