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부총리 "계층이동 끊기면 혁신 끊겨…상반기 사업개발"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설립 준비…총선 불출마 무게
(서울=연합뉴스) 이 율 이대희 기자 =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층이동이 단절되면 사회의 역동성을 막는다"면서 "그러면 혁신이든 포용이든 끊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일 서울 서초동 aT센터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최근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 준비 과정에서 제일 먼저 신경을 썼던 부분이 계층이동 사다리를 통해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부총리는 "상반기에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뭐가 필요한지 보고 관련 사업을 개발하려 한다"면서 "지금 여러 사업 후보를 구상 중이며, 대표 프로젝트로 할 것을 아직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내 능력이나 노력이 아니라 내가 태어난, 자란 배경 갖고 결정되는 사회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11살에 아버지를 잃은 이후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촌 생활을 전전하며 소년가장이 돼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셋을 부양하면서 주경야독으로 행정·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해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그는 '개천에서 용이 난' 대표 사례다.
지난 2017년 12월 10일 경제부총리에서 퇴임한 그는 1년 1개월 동안 중국대사나 유수 대학 총장 등의 제의를 사양하고 조용히 지내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김 전 부총리는 4·15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부총리를 그만두고는 조용히 지내며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생각에서였다"면서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상반기에 준비 중인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의 대표 사업을 개발하겠다며 의욕적인 설명을 하는 모습은 불출마 쪽에 무게를 싣게 했다.
김 전 부총리는 "유쾌한 반란은 환경과 자신, 사회를 바꾸는 것으로, 사단법인은 그중 사회변화를 추구한다"면서 "지금 우리는 혁신 공화국으로 가야 해 아래로부터의 변화와 혁신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유와 연대의 가치가 중요하고, 말이 아니라 실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단법인을 통해 계층이동 사다리를 통해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프로그램, 온정이 필요한 수요와 대가 없이 도와주려는 공급을 연결하는 '구멍뒤주' 프로그램, 농업혁신 등 소셜벤처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할 계획이다.
이사장을 맡는 그를 비롯해 모든 임원은 무보수로 자원봉사를 하고, 사업은 수평적 의사결정을 통해서 하겠다는 게 그의 방침이다.
김 전 부총리는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물질, 재능, 배려의 마음, 아이디어, 시간 등 각자의 사정에 맞게 여러 형태로 자발적 참여를 호소하려 한다"면서 "연령, 직업 등과 관계없이 온·오프라인 크라우드 펀딩 식으로 하며, 일정 규모 이상을 참여할 분들과는 법인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정을 체결한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쉬는 동안 아내와 함께 버스나 기차를 타고 지방을 다니며 특히 농민을 많이 만났다"면서 "4차 산업혁명은 농업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야 한다. 농업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혁신이 더딘 분야였기 때문에 사단법인 첫 행사로 젊은 농부들이 혁신 사례를 발표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올해 경제 정책 방향과 관련한 제언에 관해 묻자 "경제정책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퇴임 전 국회에서 했던 언급을 재차 꺼내 들었다.
그는 "머리를 맞대고 함께 염려해도 모자랄 판에 대결과 갈등만 증폭되는 정치 구도에서 무슨 일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정치 일정을 앞두고 얼굴에 분칠한 정도가 아니라 정치판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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